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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결 Apr 17. 2024

시누이 1

그 남자의 대변인

너 임신해서 우리 앞에 뿅 하고 나타났지?

너 우리 집에 왕래를 했어? 내가 두말도 안 했어 내가 그전에는 애 지우라 했어 그러면 누나가 어떻게든 얘기를 해볼 테니까 그러면 결혼을 하자 해서 진행을 했어


근데 너는 모르겠지만 되게 귀하게 컸어 너도 물론 귀하게 컸겠지만 우리 집안에서 굉장히 귀하게 키웠어 근데 너네 둘이 결혼을 시킬 때 우리 엄마도 많이 슬펐고 너는 알지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 1년 동안 우울증 걸려서 되게 힘들었어 알아? 근데 네가 결혼하고 어떻게 했어? 우리 엄마 첫 생일에? 돈나무 가지고 장난쳤지?


-장난 아닌데요?


그럼 너는 그게 아니 너는 얘기하지 마 내가 얘기할 테니까 너 얘기하지 마 그럼 너는 그게 서른 살 넘은 성인 남녀가 어른 생신 때 그렇게 말한 게


-그렇게 어떻게 말했는데요?  


너 머라고 얘기했어. 네가 얘기해 봐. 내가 알기로는 너네 돈 없으니까 돈나무 드린다고 했다며


-그렇게 말 안 했는데요. 어머니가 돈이라고 돈돈돈이라고 들으셨는데 저희가 지금 부족하지만 금전수가 돈이 많이 들어오는 나무라고 키우기도 쉽다고 해서 드린다고 했어요. 저희 빈 손으로 가기 어려우니까 가기 죄송해서 저희가 그때 스타필드 가서 돈 뽑으려고 했는데 차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많이 헤매었잖아요 그래서 늦게 갔잖아요. 어머니 식사하는 그 자리에. 빈손으로 어떻게 가요.


그래서 그 얘기하면서 상대방은 엄청나게 엄마는 충격을 받아서 그때도 그냥 내가 되게 엄마한테도 그랬고 엄마 다른 의미가 있고 그런 의미가 아니었고 우리 엄마 그거 받고 울었어. 근데 너네한테 아무 말 안 했어


임신.

일단. 임신은 내가 했다. 내가 나쁜 맘을 먹고 댁의 남동생을 강제로 임신시킨 게 아니다. 그때 나와 그 남자의 나이 서른 하고도 둘이었다. 임신을 확인하고 서로 아이는 낳자는 약속을 했었다.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먼저 누나에게 알리더니 누나의 말을 나에게 고스란히 전했었다. 아이를 지우라고 했다고. 그 남자의 특기다.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누나 혹은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세 여자들에게 기대어 말했었다.


여자 친구인 나에게는 솔직하게 말을 하지 않았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 앞에서 불안해하는 나를 옆에 앉혀두고 인자하게 웃으면서 행동했던 그 남자의 미소가 가증스럽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불안해하던 그때 그 남자는 당시 나도 알고 있던 언니와 술을 마셨다. 언니는 나에게 말했었다. 술을 많이 먹고 자기 앞날 위해서 아이를… 그 뒤에 말은 하기도 싫다.


돈나무.

돈나무 받고 기분이 나빠서 그 남자의 누나와 엄마는 번갈아가며 그 남자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나에게 그런 상황이 있었는데 알고만 있으라 했다. 자신이 잘 설명했다며.. 돈나무 그 남자가 산거다. 그 남자의 엄마는 돈나무를 그 남자가 살고 있던 기숙사로 보냈고 한 동안 나만 보면 눈을 흘기고 모든 말을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냈었다. 그 남자가 장모님이 가방을 사줬어라고 하니 “저 가방 가지고 다니면서 돈 많이 벌면 되겠네”라는 식의 말들.


그 남자 엄마의 우울증.

그 남자의 엄마는 남편에게 학대를 받으면서 자식을 움켜 안고 살아왔다. 그 남자는 엄마의 우울증에 대해 알고 있었다. 갑자기 그 남자가 결혼을 해서 심해진 거지 평생 없던 우울증이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었다.


그 남자의 유학길에 동행하기 위해 입국하기 전. 나와 첫째 아이가 같이 타고 있던 차 안에서 그 남자의 누나가 말했었다. 자신의 엄마가 그 귀한 아들이 너랑 결혼을 해서 차를 박고 죽고 싶었다. 그러니까 우리 엄마한테 잘해라.


2년 뒤 출국 후 그 남자의 엄마는 우리 엄마를 앞에 두고 당신이 우울증이라 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우울증을 사부인에게도 알렸다.


‘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혹은 ‘아무 말 안 했어’라는 말은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가 않는다. 이미 그 상황이 일어났을 때 한풀이는 다했다. 아니 모자랐다. 4년 뒤에 다시 끄집어낼 만큼 귀한 아들의 법적 배우자인 내가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말을 저렇게 길게 혼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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