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살짝 본업 모먼트를 보여볼까 한다. 원래 이곳은 그저 나의 일상을 쓰는 일기장의 목적도 있지만 사실 약간의 정보 공유 목적도 있다. 내 경험상 많이 나눠야 나도 많이 받게 되는 것이더라, 그래서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는데 네이버 블로그는 시작할 때 '내가 공부하는 것을 올리자!'였고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을 타깃으로 해서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 주가 되어버려서 브런치에는 내 이야기와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건강 정보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아무튼 자, 시작!
우리는 튼튼한 사람을 보면 로봇 같다고 말한다. 만약 터미네이터가 비썩 마른 사람이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영화가 그렇게 인기를 얻기는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이들 아는 것처럼 인체는 기계가 아니다. 보통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그렇지 기계처럼 튼튼하지도 않고 기계처럼 부품을 마구 갈아버릴 수도 없으니 아껴 써야지, 당연한 소리' 하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 생각엔 반대하는 사람이다. 인체는 어떤 면에서는 기계보다 더 튼튼하며, 스스로 부품을 수리할 수 있고, 고장남 부품을 대체할 수 있으며, 기름칠 할 수 있다.
사실 인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지 않다. 특히, 근골격계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 불편함이 생긴다면 그 불편함이 생긴 순간에 집중하게 되고 그것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크게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편함이 생긴 순간은 정상적인 몸 상태였다면 별 일 아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강력한 외력이 가해지거나, 스스로를 갑자기 감당하기 어려운 부하 상황에 둔다면 불편함이 생기는 것은 관점에 따라서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스스로가 어이없는 상황에 통증을 느꼈거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아프다거나 혹은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보냈는데 오후쯤 되니 갑자기 심한 통증이 온다면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봐야 한다. 왜냐 인체는 결코 약하지 않은데 적은 부하가 무리가 되어 불편함이 나타날 만큼 몸을 약화시킨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통증의 원인은 반드시 존재한다.
아쉽게도(?) '몸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라는 오늘 제목은 아껴 쓰라고 뻔한 소리를 하기 위함은 아니다. 오히려 기계처럼 고장이 나더라도 반드시 고쳐야만 작동이 되는 게 아닌 튼튼한 우리 몸을 더 사용하라고 말하는 글이다. 오늘 글을 읽고 위에 해당하는 일이 있었거나 그중에 있다면 쉽게 붕괴되지 않는 몸의 시스템들을 붕괴시키고 약하게 만들어버린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사실 나도 여느 병원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아프면 쉬세요~'를 달고 살았다. 아프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원하는 만큼의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면 그들은 영영 낫지 못하는가? 아니다. 그들 또한 똑같이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된다.
사람의 몸은 기계와 달리 자체적으로 구조적인 여분을 가지는데 이를 '구조적 잉여성(structural surplus)'이라고도 한다. 이는 어떤 한 부위의 손상이 전체 시스템의 기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인체가 가진 핵심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가 가능한 것이 인체의 핵심 특성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우주선은 아주 작은 부품인 너트와 볼트 하나의 결함으로도 발사를 실패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어딘가 하나의 작은 결함으로 전체 시스템이 실패할 수 있다. 우주선뿐만 아니라 기계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인체는 이러한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는 '구조적 잉여성'이라는 능력을 스스스로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인체가 가지는 이러한 여분의 구조들은 궁극적으로는 우리 몸의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들의 본질은 동일한 기능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체의 작동 능력에 있으며 이러한 특성은 다양한 상황에서 적응하는 인체의 능력으로 증명된다.
이와 같이 우리 몸의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인체의 철저한 준비성은 심지어 신체 일부를 상실한 경우에도, 남은 부분이 그 기능을 보완하여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만들기까지 한다. 예를 들면 장애인 운동선수들은 신체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사람보다도 뛰어난 운동 능력을 보여주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는 구조적 잉여성만 있는가? 당연히 아니다. 그랬다면 내가 우리가 튼튼하다고 말하진 못했을 것이다. 우리 몸이 구조적인 결함에도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잘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구조적 잉여성'의 역할도 크지만, 대체 경로의 활용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점도 큰 몫을 한다. 우리 몸은 주요 기능 경로가 차단되었을 때는 대안적 방법을 통해 기능을 유지한다. 이는 위에서 구조적 잉여성을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라고 설명한 것과 같이 말하자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 '대체 경로 활용'시스템은 보상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 몸에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는 시스템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가 단순히 목적에 따라서 '동작을 수행'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으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쉽게 설명해도 다소 어려운 이야기지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한 부분의 손상이나 기능저하가 있더라도, 비슷한 기능을 해내는 다른 대체 구조물들의 존재와 대체 경로의 활용 능력으로 인해서 전체 시스템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리 몸은 크게 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어떤 한 부분의 결함이 전체 시스템의 손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다. 우리 몸이 기계는 아니라도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그러니 적절한 신체 활동과 운동을 통해서 이 두 가지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근골격계 통증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