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권태를 느끼는 시기에 관하여
권태기를 어학사전에 검색해 보면
▶부부나 연인 간에 서로에 대해 흥미를 잃고 싫증이 나는 시기라고 나온다.
사랑으로 베이스 된 우리의 관계에 관심이 없어지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으리라.
우리가 권태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의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게 되는 때에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부부들은 굳이 데이라는 걸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씩은 가지 않았던
데이트 장소, 먹지 않았던 음식을 먹으면서 새로운 대화 거리를 만들어간다고 했다.
굳이? 하지 않았던 것들이지만 이런 계기를 통하여 새로운 자극을 주면 매일 반복되던 하루들에
지금까지 없었던 것들이 채워지면서 알록달록 해지는 것이다.
이 것은 비단 연인뿐만 아니라 나의 일상 어딘가에 다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남녀사이만 권태를 느끼지 않지만 권태기를 검색했을 때 이 들을 한정적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왜일까.
요 근래 나는 직장생활과 친구 사이에서 무언가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업무에 적응하고 반복 업무를 하면서 색다른 것이 없으니 어딘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내 업무 하는 책상에 귀여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스티커를 붙여보기도 하고, 뭔가 소중한 나의 직장 보금자리가 될 만한 느낌이 되도록 만들었더니 조금은 특별해진 것 같았다.
친구들과의 만남 간에는 어른이 되고 나니, 점차 만남의 횟수가 적어졌다.
나와 친구들의 세계들이 고등학교, 대학교 때에 비해서 점차 커지다 보니 서로의 시간을 얼마나 할애할 수 있는가의 정도가 친밀도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만났을 때에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주제로 이야기하고 마음이 뜨뜻미지근하게 유지될 정도가 안정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때가 많아진다. 관계에서 뜨거움만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때에는 감정을 그만큼 쏟아내도 피곤하지 않았었는데 안 그래도 직장에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데 친구 만남을 가서도 파도처럼 감정이 너울거리거나 거스러미처럼 무언가 마음에 불편한 것이 있다면 점차 멀어지게 되더라.
예전에는 자주 연락하다가도 지금은 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이게 심심이(답변해 주는 매크로) 같은 느낌도 나고, 답변을 하기 위한 카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은 상태로 두기도 했다. 그렇게 약속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점차 캘린더에 적어두는 스케줄들을 줄여나가고 있었다.
만나도 같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번엔 만나서 뭐 하지 라는 생각에 만나는 주기를 줄여나가기도 했다.
나는 가끔 이렇게 생활에 권태기를 느낄 때가 많은데 이때를 노잼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때에 나는 너무 이 시기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우울한 감정을 느꼈을 때 그 감정에 너무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깜깜한 방 안에서 손전등으로
어떠한 한 부분만 비쳤을 때 거기에 집중하고, 그 부분만 계속 관찰하다 보면 더욱 몰두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에 서술한 것처럼 굳이 데이를 나한테도 만들어보자.
쉬운 방법으로는 새로운 노래를 들으면서 풍경을 보는 것.
영상을 볼 때 특정 BGM이 그 장면을 극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똑같은 풍경이더라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음악과 함께라면 조금 특이해 보이기도 하고, 낯설게 보이기도 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kpop 음악을 많이 들었다면 jpop의 인기차트를 들어보기도, 샹송을 들어보기도 혹은 재즈를 들어보기도 했었다.
가장 접근하기 좋은 것이 음악이어서 크게 수고를 들이지 않는 수단이기도 하다.
샤워할 때에 새로운 바디워시를 써보자.
씻을 때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들 말고 다른 향을 찾아서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전하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나는 몸을 씻을 때라고 생각 드는데, 이때 내 몸을 어루만지면서 오늘 하루에 있었던 잡념도 씻어내는 편이다. 씻기 전에는 누군가 나를 씻겨주면 좋겠다고도 생각하고 5분만 더 , 10분만 더 하고 미루더라도 막상 씻고 나면 그 개운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몸을 씻어내고 새로운 제품을 쓰면서 나를 가꾸고, 아껴준다고 생각이 들면 더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 같아서 이 방식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 외에도 집에 오는 길을 다른 길로 오거나, 그동안 지하철을 많이 애용했다면 막히더라도 버스를 타보거나 새로운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보거나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 것 같다.
권태로운 하루 속에 새로운 자극을 넣어준다면 무채색에서 조금은 다양해지지 않을까.
혹시 지금 권태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그런 시기를 지금 겪고 있으니, 함께 견뎌내 보자고 어깨동무하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