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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ul 09. 2024

기억하고 기록하며

<목화솜 피는 날>(2024)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소설가 한강(韓江)의 [소년이 온다](창비, 2014)를 진즉에 사두고도 몇 번이나 읽을까 말까 망설였다. 이 책은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5·18 광주민중항쟁을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이다.


필자 또한 그 소설 서두부터 비극적인 장면에 책장을 넘기기가 몹시 힘들어 몇 번을 시도하다가 그만 책을 덮어버리고 한동안 책장 한편에 꽂아두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1970년생인 작가가 소설 속에 생생히 묘사한 끔찍한 장면들을 읽기가 (아니,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떠올리기가) 정말이지 너무 힘들고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짐작하건대) 실제 작가가 글을 쓰며 느꼈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훨씬 더 컸을 테지만.


이런 엄청난 비극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의 감동적인 예술작품(소설)으로 형상화시킨 작가의 노고(勞苦)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시간이 흐르고 더 흘러 2023년, 사람들은 화제의 영화,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을 통해서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국가적인 비극에 관해 필자는 아직도 그 참사(慘事)의 '정확한' 원인을 잘 모른다.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이후에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권고사항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여전하다.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지금 또다시 우리에겐 4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하단 말인가? 우리는 그리고 우리 후세대는 40여 년이 지난 후에도 똑똑히 기억할 수 있을까?


최근 신경수 감독의 <목화솜 피는 날>(2024)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영화 촬영을 진행했다고 해서 처음엔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용기를 내어서' 이 영화를 보았다. 실제 진짜 선체 내부가 보여주는 끔찍한 장면들로, 또 그로 인한 비극적 연상(聯想)으로 영화를 계속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필자도 그날의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 소식을 접한 바로 그때 그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날 이후로 뉴스를 볼 때마다 필자도 며칠 동안 계속 같이 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느새 나의 어렴풋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가고만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방식으로든 추모하고 기억하고 있겠지만 소설이든 다큐든 극영화든 이렇게 작품으로도 승화(昇華)시켜 계속 기록해 나가는 예술가들의 노력에 찬사(讚辭)를 보내고 싶다. 꼭 무슨 10주기여서 때문이 아니라 필자도 그 비극의 아픔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기 위해 여기에 발행글로나마 짧게 '기록'해두고자 한다.


광고는 아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 <목화솜 피는 날>를 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 영화는 "에필로그를 끝까지 봐야 완성되는" 영화이다.) 아무도 강요하진 않지만, 울음도 영화 관람도 자유이지만, 이 영화를 제작한 신경수 감독의 말대로, "우리 모두 세월호의 ‘당사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 304명이 사망한 사건. 구조를 위해 해경이 도착했을 때,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했던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 배가 침몰한 이후 구조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세월호의 인양작업은 2017년 4월 11일 완료되었으나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 등이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출처: Daum [다음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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