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온갖 화려한 빛깔의 꽃들에 매료(魅了)되어 이 꽃 저 꽃 따라 움직이며 사진으로 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흠칫 놀라며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하얀 장미'를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꽃 이야기는 아니고, 독일 뮌헨대학 숄(Scholl) 남매와 '백장미'(단)에 관한 글을 여기에 짧게나마 기록해 두려 한다.
1942년 뮌헨에서 독일의 반나치 단체 [Weiße Rose](하얀 장미 또는 백장미)가 결성되었다. [백장미] 조직원들은 히틀러(Hitler) 나치(Nazi) 정권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폭력 저항을 주장했다.
1943년 2월 18일, '백장미단'의 최초 결성 조직원 중 한 명인 뮌헨대 의대 한스 숄(Hans Scholl)과 그의 여동생 (생물학과 철학 전공) 소피 숄(Sophie Scholl)은 뮌헨 대학 강의실 건물에서 이 학생 저항단체, '화이트 로즈'[Weiße Rose]의 전단지를 뿌린 혐의로 당일 바로 체포되었다.
당시 24세의 오빠 한스 숄과 그의 3살 어린 여동생 소피 숄은 ('백장미'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난 같은 대학 의대생인) 크리스토프 프롭스트(Christoph Probst)와 함께 신속히 재판(a show trial) 받아야 했고, 이들은 체포된 지 불과 4일 후, 1943년 2월 22일 단두대[Fallbeil]에 참수(斬首 beheaded) 되었다.
Hans Scholl (Sept. 22, 1918 - Feb. 22, 1943)& Sophie Scholl (May 9, 1921 - Feb. 22, 1943)
Christoph Probst(Nov. 6, 1919- Feb. 22, 1943)
위의 책은 <Die Weiße Rose> (The White Rose) by Inge Scholl (1955, S. Fischer Verlag 1993 개정판, 13. Auflage 2009)이며, 한글 번역본으로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으로 출간되어 있다.
이 책 저자인 Inge Scholl(1917-1998)은 나치의 지속적인 탄압(彈壓)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숄 남매 중 한 명이며, 책에는 숄 남매를 중심으로 그 '백장미' [Weiße Rose] 조직원들의 저항활동과 비극적 최후 이외에도 전단지, 나치의 체포 후 진행된 관련 재판 및 법정 판결 문서들, 또 그 당시 숄 남매 주변 친구들과 증인들의 증언들도 함께 실려있다.
이 책과 관련된 독일 영화로 <The White Rose>[Die Weiße Rose] directed by Michael Verhoeven '백장미'(1982)와 <Sophie Scholl. The Final Days>[Sophie Scholl - Die letzten Tage] directed by Marc Rothemund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2005)이 있다. 특히, 두 번째 영화는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마크 로드문트)과 은곰상-여우주연상(줄리아 옌체)을 수상했다.
(반나치 저항 조직, '백장미' [Weiße Rose] 관련 이 숄 남매 이야기가 너무 집중적으로 조명받고 유명해져서 다른 백장미단 조직원들의 활동과 희생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거나 좀 묻혀버린 편이라며 아쉬워하는 견해도 있다.)
죽기 전 마지막 몇 시간 동안 21살의 소피 숄은 놀라울 정도로 두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소피 숄의 사형 집행(참수) 전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다.
Die Sonne scheint immer noch.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오빠인 한스 숄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Es lebe die Freiheit!
자유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