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당신
우재(愚齋) 박종익
회초리를 맞고
여섯 줄 비명을 지르며
엄마 손에 이끌려 나왔다
아들과 어떤 개수작을 부리며
놀아났는지 몰라도
사춘기 중학생의 놀이터였을
통기타의 은밀한 혐의는
험난해 보였다
나도 저만한 나이 때
종아리에 핏물 마를 날 없었다
007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비밀 접선 장소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건네주고
승리의 눈빛으로
환희의 찬가를 부르는 순간
엄마의 분노가
몽땅 나에게로 넘어왔다
아들의 인생은
이제 반은 성공한 것이다
엎어지고 깨어지면서
온통 상처뿐인 기타를 등에 업고
집으로 오면서
어르며 달래본다
얼룩진 한 시절 행적이 안타까운 게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은
폐족의 혈맥을 봉인한 도미노가 아니라
기우뚱거리며 다시 일어서는
오뚜기의 필법이라고
기타가 나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