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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Sep 20. 2024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얄미운 아들의 이중생활

 

출근을 완료한 시각 오전 7시 55분.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는 아들이 혹시 텔레비전을 보다가 지각을 할지 걱정이 되어서 그 시간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봅니다.  

“아들, 오늘 비오니까 네 방이랑 누나 방 창문 꼭 닫고 학교 가라.”

“엄마, 그건 그렇고, 와이파이가 안돼서 아침에 게임을 못했어. 오후에 거기 전화 좀 해줘.”

“거기? sk브로드밴드? 거기는 아빠가 가입해서 엄마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 아빠한테 말해.”

“흥, 그럼 나도 오늘 비도 많이 오는데 창문 다 열어 놓고 학교 갈 거야. ”     


뚜뚜뚜. 분명 아들은 창문을 닫고 학교에 갔을 겁니다. 왜냐면 아들은 생각보다 쫄보거든요. 

아침부터 게임을 하고 학교에 간다니 우리 반 아이들 뭐라 할 거 하나도 없네요. 게임은 역시 모닝게임이라는 그 녀석의 멘트가 순간 떠올랐네요. 다른 집 아들들 단속에 열을 올리다 보니 우리집 단속을 못했습니다. 역시 등잔 밑이 가장 어두운 법입니다.      


추석에 친정에 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식당에 소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고, 저는 어머니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육회도 한 접시 시켰습니다. 그리고 2접시로 나눠서 먹었죠. 진짜 살살 녹았습니다. 입맛이 없어서 살이 쪽 빠졌던 아버지도 이날 입맛이 도시는지 아주 맛있게 드셨습니다. 식사 도중 아들이 일어나더니 자기 앞에 있던 육회 접시를 가져와 제 앞에 있는 육회 접시랑 바꿔 갔습니다. 아놔! 나 아직 더 먹을 건데. 이놈이......,  아들은 가져간 육회 접시를 할아버지 앞에 놓아드렸습니다. “할아버지 맛있게 많이 드세요.” 아. 이 효자 녀석이 본인이 먹으려고 챙겨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냉동실에 컵 아이스크림을 채워놓자마자 며칠도 안 되어서 거덜 내 온 가족의 원성을 샀던 식탐 대마왕 녀석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육회를 할아버지께 양보했습니다.      


어제저녁 학원을 다녀온 딸아이가 제보할 게 있다며 저에게 다가옵니다. 제보라? 보통 제보는 나쁜 소식이 먼저잖아요. 순간 움찔했습니다. 침을 꼴깍 삼키고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엄마, 우리 반 친구가 oo(동생)랑 같은 영어학원 다닌다고 했잖아?”

“맞아. 왜 학원에서 중얼중얼하고 까분대?”

“그게 아니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왜, 무슨 일인데?”

“글쎄 쟤가 완전 매너남이래.”

딸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아들은 학원에서 아주 신사적이라고 합니다. 학원 문을 여닫을 때 뒤에 사람이 있으면 그 친구가 다 나올 때까지 문을 잡아준다고 합니다. 형, 누나들에게 꼬박꼬박 배꼽인사도 하고요. 그 녀석이 집에서는 누나 대접을 안 합니다. 누나에게 싸가지없이 대들고 엄마인 제가 안 말리면 머리채 잡고 싸웁니다. 휴대폰 좀 그만하라고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방문이나 쾅쾅 닫고, 엄마가 퇴근해 와도 소파에 누워서 발만 까딱까딱하는 똥매너남이 학원에서는 배려남이라고 하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언니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더니 별걱정을 다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합니다. 집에서도 새고 밖에서도 새면 그건 노답이라고요. 다, 다행인거죠? 집에서는 금쪽이 아들이 밖에서는 할아버지도 챙기는 효자에, 학원 친구들도 배려하는 매너남이라는데 엄마는 그저 씁쓸합니다. 우리 아들 옛날에 참 착했는데 말이죠. 우리 아들은 언제쯤 다시 착한 아들, 착한 동생으로 돌아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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