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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Sep 06. 2024

내기에 목숨 거는 남편

분하다. 분해 

일주일 중 언제가 가장 피곤하신가요? 저는 당연히 목요일입니다. 전담 수업이 없는 날이라 혼자서 6교시 수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3시부터 도서관에서 9월 직원다모임을 했습니다. 4시 30분이 퇴근 시간이지만 교실 정리를 하고 내일 수업 준비를 하다가 또 늦었습니다.      


진짜 너덜너덜해져 퇴근한 저는 장을 봐서 집으로 왔습니다.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 식사를 먼저 챙겨 주었습니다. 8시가 다 되어 아들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저녁을 먹고 온답니다. 짜증 나! 저녁 먹고 올 거면 빨리 전화해서 알려주던지 괜히 상 차리고 기다렸습니다. 혼자 대충 먹고 설거지하기 귀찮아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몽땅 넣었습니다.      


남편은 9시 전에 귀가했습니다. 저는 토요일에 아들 친구들이 놀러 올 거라 집 청소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남편이 뱃살을 잡더니 놀립니다. 이게 뭐냐고? 몰라서 묻는 거냐?   

   

남편과 아들은 자전거를 타러 나갔습니다. 새 자전거를 사고 아빠와 함께 라이딩을 하고 싶은 아들의 소원이 이제야 이루어졌습니다. 샤워까지 하고 나온 아들은 학교 갈 준비를 하러 방에 들어갑니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서 TV를 봅니다. <언니네 산지 직송>이라고 남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방에 있던 딸이 슬며시 나와 아빠 옆에 앉습니다.      


“딸, 저기 촬영지가 경남 고성이야.” 

남편의 말에 귀가 번뜩한 저는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어이구, 고성, 강원도 고성이겠지?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데 저기가 경남 고성이라고? 장난해?”

남편은 지지 않고 또 한마디 합니다. 

“내가 지난주에도 봤거든. 고성에서 옥수수도 땄어.”

“옥수수, 감자. 이런 거 강원도가 유명한 거 몰라? 남해 왔다 간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경남에 오겠어. 피디도 다 생각이란 걸 한단 말이지”     


옥신각신하는 사이 남편은 내기하자고 합니다. 저기가 강원도인지 경남인지 말이지요. 서로 무엇을 걸지 정해봅니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지만 남편은 자기가 지면 13층 창문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무서운 제안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집 대출이 많이 남아서 그건 안된다며 이제부터 제 말에 토 달지 말기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저는 내기에 질 경우 남편에게 무릎 꿇고 큰절하며 다시는 까불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로 했습니다.      


두구두구 자! 주사위는 던져졌고요. 저는 핸드폰을 가져와서 검색했습니다. 검색창에 언니네 산지직송 촬영지 고성을 쳤습니다. 화면을 아래로 내려보니 헐! 경남 고성이 맞습니다. 띠로리

경남 고성은 찰옥수수로 유명하며 여름철에 갯장어가 잡히며 사람들이 하모회를 먹으러 많이 온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애들 데리고 고성에 진짜 여러 번 놀러 갔는데 왜 저는 이 풍경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일까요? 아, 남편은 실실 웃고 있습니다. 


“봐, 내가 이겼지. 내가 지난주에 봤다고 이야기했잖아. 왜 사람을 못 믿고 그래? 빨리 약속을 이행하라”     

아이들은 좋은 구경났다며 핸드폰을 들고 동영상 촬영을 하겠다고 난리를 칩니다. 이런 굴욕스러운 나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없으니 아이들에게 촬영 불가 엄포를 놓았습니다.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남편 앞으로 간 저는 다소곳하게 머리를 숙이며 다시는 까불지 않겠다며 맹세했습니다. 분하다! 조만간 내가 복수하고 만다.      


어제의 분을 떨치지 못한 오늘. 남편이 퇴근길에 아주 킹받는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궁금하시죠? 짜짠      


바로 강원도 고성산 소금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강원도 고성은 소금이 많이 생산되는 바닷가가 맞는군요. 사실 강원도 고성에 가보지 못해서 아는 게 없습니다. 내년에는 꼭 강원도 고성에 놀러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강원도 고성 특산물 명태를 먹어보겠습니다. 강원도 고성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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