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돌볼 줄 몰랐어. 미안해.
<한 때는 소중했을 그 식물들을 보며>
어딜 가면 핸드폰만 들여다 보며 대기 시간을 보내던 내가 이젠 병원에 가도 술집에 가도 카페에 가도 식물을 먼저 보고있다. 동네 작은 술집들은 개업할 때 사장님이 선물 받으신 식물들이 이곳저곳에 숨어있다. 크고 흰 화분에 조그만 나무 팻말로 이름이 날리듯 적혀 있고, 빛 한 줌 들지 않는 계산대 구석에 겨우 자리 잡은 초록이. 이렇게 때때로 거의 빛도 못 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다 보면 내 지난 직장이 떠오르곤 한다.
중소, 아니 작디작은 소기업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믿었던 사장님은 그림 담당이었던 나에게 회사에서 생기는 자잘한 모든 일들은 맡겼다. 커피 머신 닦기, 가습기 씻어 오기, 사무실 테이블 정리 하기, 택배 받고 부치기 같이 집에서도 안 하는 일을 했다. 계약서상에 명시되지 않은 일이라 따지고 화내고 싶었지만 나는 어쨌든 소심한 을이었고 돈을 주는 사장님은 갑이었다. 결국 회사에서 화분 담당이 되어버렸다.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하도 울고 징징거려서 친구들이 그렇게 사장님의 화분이 미우면 화분 흙에 뜨거운 커피를 부어버리라고도 했었다. 정말 부을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다. 난 벌레 하나 죽이지 못하는 성격인데 매일 사장님의 식물들이 죽어 없어지길 간절히 기도했다. 결국 화분들은 진짜 시들어버렸고 건물 청소 아주머니께서 지나가다 보고 식물을 이렇게 키울 거면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를 입양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장님도 귀찮았던 모양이다. 그냥 그렇게 보낸 것 보면.
술집에서 가끔 그 친구들을 닮은 아이를 보면 그때 그 초록이들에게 미안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키울 거면 그냥 내가 돌보고 싶단 생각을 이젠 내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