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 개중에는 정상적인 사고방식과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재능을 가진 사람도 참 많다. 그리고 난 그런 축복을 받지 못한 사람이다.
글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써왔다. 내가 지금 22살이니까, 6년간 글을 써온 셈이다. 그런 것 치고는 글을 참 못 쓴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맞다. 솔직하게 글을 매일 쓰진 않았다. 어쩔 때는 한 달 동안 한 문장도 안 썼다. 그래서인지 나는 참 빈곤한 문장력을 가졌다.
사실 나는 원래 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처음으로 내가 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오빠 덕분이었다. 15살인 나에게 20살인 오빠는 정말 큰 사람이었다. 그런 오빠가 재수학원에서 힘들 때마다 시를 쓰며 버텼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시를 써봤다. 나는 그날 하루종일 내 방 안에 틀어박혀서 중세시대에도 안 먹힐 것 같은 오글거리는 시들을 적어 내렸다. 시를 쓰는 순간마다 가슴속 불덩어리가 치솟고, 폭발할 것 같이 부글거리다가 마지막에는 사라졌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시가 아니다. 그냥 평소에 하고 싶던 말들을 시라는 형태에 욱여넣은 것에 불과했다.시를 다 적자마자 부끄러워져서 꾸겨 쓰레기통으로 직송했다. 하지만무언가 해소되는 기분에, 나는 힘들 때마다 습관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글을 쓸 때 다른 느낌을 받는다. 거대한 우주에 남은마지막 인간이 된 기분으로 내가 한 사유들을 적는다. 여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언젠가 누군가 발견해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는 10월 9일에 충동적으로 글을 썼다.카뮈의 '이방인'에 관한 글이었다. 평상시부터 하고 싶은 말들을 쌓아온 경우에는 하루 만에 다 적는다. 어쩔 때는 글이 연착되기도 한다. 그럼 나는 조금 고민해 보다가, 안 나온다 싶으면 그냥 내버려 둔다. 가끔씩 그 글이 생각나서, 노트를 켜고 들어갔다가 몇 번은 그대로 나온다. 하지만 어떤 날들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난다. 그러면 조금 끄적여둔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재배 중인 글들이 참 많다.
나는 보통 하루 만에 글의 80% 정도를 완성시킨다. 다만 내 글들은 언제나 결론이나 목적을 갖추지 못한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이 글이 어디로 흘러갈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평소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을 신변잡기식으로 적어놓을 뿐이다. 그래서 첫날 쓴 내 글은 결론이나 목적도 생각 안 하고, 생각나는 대로 막 적은 잡다한 사유의 집합체이다. 그런 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용이 추가되고, 내가 어느 날에 충동적으로 몇몇 잡스러운 사유들을 쳐내면서 목적성을 부여한다. 그렇게 글이 어느 정도 목적의식을 갖추면, 그 글을 조금 다듬어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
내가 '카뮈를 생각하며'라는 글을 완성시킨 건 12월 7일 새벽이었다. 그러니 이 글은 10월 9일부터 약 2개월간 숙성되었다.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실제로 완성하는데 들인 시간은 2일 정도다. 아무 기대하지 마시길.
그날 아침에 카페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나는 그냥 왠지 그 글을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에 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옮기고 처음으로 발행하려는데, 브런치에서는 작가가 아니면.. 글을 발행할 수 없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그래서 그냥 작가신청도 별생각 없이 했다. 사실 처음에는 정치글이나 분탕글 올리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있는 별거 아닌 장치인 줄 알았다. 작가 신청할 때 갑자기 나를 소개를 하라고 해도, 나에게 출판 경력이 있냐고 물어도 나는 브런치를 의심하지 않았다.
작가 신청한 뒤에 구글검색하면서 나는 내가 망했음을 직감했다.나는 그들이 하라는 걸 정확히 반대로 했다. 게다가 '카뮈를 생각하며'를 읽은 엄마는 글이 조금 공격적이라 했다. 붙은 사람들은 보통 하루 안에 연락이 온다는 글을 읽으며, 나는 그냥 마음을 내려놓았다. 브런치는 내게 그날 연락안 했으니까.
그래서 12월 8일 새벽에 나는 '카뮈를 생각하며'를 덜 공격적으로 수정해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브런치를 반쯤 내려놓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2시에 브런치에서 이메일이 왔다.
ㅇㅖ?
브런치가 날 왜 뽑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작가 신청할 때, '카뮈를 생각하며'는 공격적인 날 글 그대로였다.
뭐지..? 가서 사람들하고 싸우라는 걸까. 아니면 '카뮈를 생각하며'를 수정한 내 블로그 글을 봤나? 브런치가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 나는 솔직히 브런치를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