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 답답, 억울, 지침
1형 당뇨병이라는 정체성을 친구, 지인, 동료, 가족들에게는 말했지만 완전히 드러내지는 못했다.
새로 입사했던 회사에서는 점심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서 인슐린 주사를 맞았다.
나를 나로 봐주는 게 아니라, '아픈 사람', '불쌍한 사람'으로 보고 '일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까봐 걱정이 됐다.
지금 이 SNS도 비밀리에(?) 운영 중이다. 내 신상이 드러날 정보는 필터링해서 올리고 있다.
내가 나인 걸 공개한 일상 블로그에는 1형 당뇨의 '1'자나 인슐린의 '인'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1형 당뇨는 지금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 그걸 빼고 설명하려고 하니 답답하다.
지인들과 찍은 사진에서 인슐린 펜이 있었는데, 그 사진은 절대 SNS에 올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지인 중에 누가 깜박하거나, 체크를 잘 못해서 올릴까 봐 한 달 이상 지난 지금도 걱정된다.
내 잘못도 아닌데 숨겨야 한다는 게 억울하고, 내가 나를 숨기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속상하다.
'숨기는 것'으로 검색하니 마침 이 기사가 나와서 가져왔다.
https://www.fnnews.com/news/202405100726590986
'조지아 미첨'이라는 영국의 모델 겸 배우 분도 12년 간 청각장애가 있다는 걸 숨겨오다가 고백했다고 한다.
위 글에서 미첨은 '그동안 비밀을 숨기려고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이 같은 행동은 스스로를 땅 속에 가두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라고 했다고 한다. 공감되는 말이다. 내가 나를 가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꼭 1형 당뇨가 아니더라도 다른 질병이나 장애, 성적 지향, 종교, 학벌 등등 숨기고 싶은 게 있을 수 있고, 숨기느라고 답답하고 지친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다들 행복하고 자유롭고 편안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