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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당탕탕 Nov 10. 2023

펑펑 울었던 밤

20대 중반에 당뇨병에 걸린 걸 알고 든 걱정들과 약간의 긍정적인 생각

당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가 당뇨라니..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났는데 자기 전에 생각이 많아졌다.

한 두시간 펑펑 울고 기도했다. 덕분에 오늘 목소리가 쉬었다.(그치만 당뇨병에 걸리니 목소리가 쉰 것은 그렇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아직 정확히 알아보지는 않았는데, 막연히.. 걱정됐던 것들을 나열해 보겠다.

*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하지 않음

* 부정적인 이야기를 읽고 걱정이 늘어나실 것 같은 분들은 PASS 해주시길..!!

* 쓰는 이유는 그냥 지금을 잘 기록해두고 싶어서 + 나중에 '이런 걱정이 있었는데 어떻게 어떻게 하니 괜찮았습니다~'라고 하고 싶어서


아직 정확히 알아본 것은 아니고 그냥 생각으로 걱정됐던 것들.

1. 주사도 무서워하는데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고, 손가락 채혈로 당 체크도 해야 한다니.

2. 식단 관리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데, 매일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하기 어려워지는 것.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들이 큰 즐거움이었는데.

3. 회사 동료들과 카페에 같이 가기 어려워질 것 같다는 것. 카페인도 잘 안 받아서 ㅠ 차를 마실 수는 있겠지만..

4.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 끼치는 것. 동정, 과도한 배려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

5. 추후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이었는데,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것. 해외에서 의료 보험이 안 돼서 진료, 약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관리하기 어려울까 봐.

6. 이를 비롯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하는 것. 음식은 물론이고. 떡볶이 정말 사랑했는데..

7. 직장 생활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자주 당 체크도 하고, 약도 먹고... 꾸준한 식사, 운동을 하려면 야근, 회식에 잘 참여하지 못할 텐데. 건강관리와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도 굳이 뽑고 싶지 않아 할 것 같고 ㅠㅠ

8. 커리어적으로 성장하기 어렵겠다. 왜냐면 운동, 식사 준비, 각종 관리(??) 등으로 쏟는 에너지와 시간이 늘어날 테니까.. 개인 공부를 할 에너지, 시간이 부족할 지도 모르겠다.

9. 특히 요즘 이직 준비도 하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적응되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힘들게 준비하기 힘들겠다.

10. 친구들과 약속 잡을 때도 보통 식당,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식단관리를 하면 같이 어울리기 힘들겠다. 물론 잘 찾아서 괜찮은 식당, 카페를 찾을 수는 있겠지...??

11. 합병증의 두려움.. 글, 영상 등에서 너무 무섭다고요..ㅠㅠㅠㅠ 그만큼 중대한 일이니까 다들 강조하는 거겠지?

12. 돈도 많이 들겠다. 일단 당뇨 도시락을 알아봤는데 한 끼에 만원 정도 되는 것 같고(물론 보통 점심 식사하는 가격과 비슷하기는 하다. 하지만 일반 도시락보다는 비싸다. 그만큼 당뇨 전용 OOO이 비쌀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당뇨 관련된 제품들도 여러 개 구매해야 하고 소모품도 많은 것 같다. 당 체크하는 도구, 거기에 사용하는 종이(?), 연속 혈당 측정기, 약, 채혈기 등등

근데 직장생활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입하기 힘든 만큼, 아주 높은 자리에 오르고 아주 많은 돈을 벌기는 힘들것 같다. 경제적인 걱정.

13. 이런 것들을 알아보는 데 또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다른 것에 집중하고 싶은데ㅠ

14. 사람들이 나를 '우당탕탕'으로 봐주지 않고, '당뇨병 환자'로 볼까 봐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 것

1. 덕분에 운동과 식사를 조절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2. 핑계를 대고 참여하기 싫은 모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

3. 올해 6월까지만 해도 커리어, 공부에 더 관심을 쏟았음 -> 7월에 불안 장애로 약을 먹기 시작한 후로, 마음 건강에 관심을 가짐 -> 이제는 몸 건강까지! ^^

4. 이해와 공감의 폭이 더 넓고 깊어질 것 같다.

나는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아프거나 다친 적이 없었다. 병원에 입원한 적도 한 번도 없고.. 작년 이맘때 코로나19에 걸린 게 젤 아픈 거였다.

남자친구는 비만, 역류성 식도염 등등이 있는데, '왜 관리를 잘 안 해서 저런 병까지 걸렸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ㅠㅠ 나도 나름 건강하게 사는데도(삼시 세끼 잘 챙겨 먹음, 주 3회 요가, 걷는 것 좋아함, 8~9시간 숙면, 마음 건강도 챙김, 비만 X, 술 X, 담배 X ) 당뇨병에 걸렸다. 병에 걸리는 것을 비롯해서 많은 일들은 꼭 개인의 행동에만 이유가 있지 않은 것 같다. 유전, 운, 상황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5. 몸과 마음이 아프기 전이었다면 워커 홀릭이 되었을 것 같은데, 아픈 것 덕분에 다른 소중한 가치들도 추구하게 됐다.

6. 브런치에 쓸 글이 많아졌다!

7. 잘하면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해봤다 ㅎㅎ 정지음님의 <젊은 ADHD의 슬픔>처럼, 나도 <젊은 당뇨인의 슬픔>을 쓸 수 있지 않을까?!

8.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 '당뇨병'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알아보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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