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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김 Jul 29. 2023

아고똥하니 여여하게 살어리랏다

시골감성탐구생활 에세이-여여별곡 

그동안  자칭 낭만호미시인으로 데뷔한 이래, 최근 에세이에 도전하면서 정리해온 졸작으로 첫 감성에세이 <아고똥하니 여여하게 살어리랏다>(MJ미디어)를 선보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브렌치스토리에 올린 졸필의 글을 터치해주시고 응원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별명 아고똥씨인 필자가 진안 산골마을에 둥지를 튼 이래, 숲속의 종달새랑, 들꽃무리와 인사를 나누고, 미네르바의 올빼미처럼 눈호강에 귀호강하면서 경험하거나 체득한 힐링메시지를 담아낸 시골감성탐구생활 에세이라 할수 있답니다.       

        

이 책은 필자가 개마고원 진안의 산골마을에 귀촌한 이래, 밀짚모자 쓴 촌부로서 텃밭에서 곡괭이에 꼬부랑 호미들고 식물집사처럼 행세하던 얘기부터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겪은 농투성이의 시골살이에 대하여 에피소드를 가미한 산문형태로 풀어본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책은 일상에 지친 삶의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서 세상사는 이유에 대해서도 미네르바의 올빼미처럼 성찰해보거나, 때론‘바람도 마음을 부러워한다’는 풍연심(風憐心)의 풍경에 빠져 경험했던 여여행의 추억꺼리를 담아낸 수필집이지요.


 ☛제1장...첫번째 <종달새랑 여여하게 살어리랏다>중에서 뽑아보면 대충 이런식의 글들입니다.

☢ 길섶에 온통 하얀 개망초 춤추는 초여름이었던가? 아침햇살이 뜰 안에 스며들기 시작하자 산책에 나섰다. 삿갓봉 뭉게구름 아래 시원한 바람이 나를 안아주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귀를 사로잡는 새소리가 들려왔다. "삐비삐리 쭈쭈루루 찌리리 캬아” 화음이 꽤나 새퉁스러웠는데,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종달새였다.

“안녕! 종달아”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했더니, “삐리삐삐 쭈르르 찌르르 캬아∼”지저귀는 랩같은 소리... “거참! 코러스치곤 엄청 경쾌하구나, 그래! 너나들이 신세타령이나 한번 해볼까? 난 요즘 오춘기인데, 넌 고민꺼리가 뭐니?”

 종달새는 아무런 대꾸도 없다. “뭘 그리 고민하면서 살아, 멍청아! 미리 고민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은 없어. 그리고 난 생각이 없어. 그냥 지저귈 뿐이지. 숙명이니까.” 속으로 비꼬는 듯이 말하는 느낌이었다. “아참! 그래, 넌 빡대가리지. 깜박했군. 미안해. 그리고 고맙다! 친구야”

 또 한번 “찌르르 캬아∼” 지저귀며 깃털을 흔들어 대더니 날개짓하는 종다리의 작은 모습은 마치 위로의 단짝친구처럼 느껴졌다. 잠시 종달새와 주거니 받거니 간만에 느껴본 치유의 순간이었다......      

☛제3장...<이번 생엔 달팽이로 태어날 걸 그랬지> 중에서

☢ 어쩌면 인생은 얼마나 빠르게 사는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쿨하게 사는 게 더 소중할지도 모른다. 서나서나 골목길이나 돌담길 소달구지 굴러가던 옛살라비 산골에서 싸드락 싸드락 살아간들 어떠리? 차라리 ‘달팽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같은 생각이 날 지경이다.

 녹음이 짙어가는 5월 햇살이 상쾌한 봄날, 마당에서 커피타임을 마치고 난 후였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가 갑작스레 땅에 무언가 작고 동그란 것이 움직였다. 궁금해져서 다가서보니, 그것은 아주 작고 이국적인 무늬를 가진 달팽이였다. 달팽이는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 나를 향해 기어오는 게 아닌가.  "안녕! 달팽이씨, 어딜 그리 가세요, 아니 그렇게 천천히 가다간 몇십년은 걸릴 것 같은데...?”나는 약간의 놀라움에 멈칫 농담조로 물었다. “그야 집으로 가는 중, 난 천천히 가지만, 중요한 건 도착하는 거지, 속도가 아니에요, 근데 당신은 무슨 일로 왔어요?”달팽이는 나를 빤히 올려다보곤 나지막이 말한다. "나야 뭐, 힐링하러 왔지요. 달팽이씨! 근데, 어떡하면 노예같은 삶이 아닌 자유인처럼 살 수 있나요?” 그러자 달팽이도 대꾸했다. “그런대로 한세상인데, 뭘 그리 심각하죠. 시간의 노예가 되지 말고, 시간의 지배자로 자유롭게 살아가면 그만 아닌가요, 아저씨네 세상에선 나처럼 사는 맛을 모를 테니까. 시간나면 아저씨도 이슬차나 한잔 드시고 가세요”달팽이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다. 누구나 각자의 색깔대로 살아가기 마련이겠지만, 달팽이처럼 살아가야할 이유 하나쯤 더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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