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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김 Apr 25. 2024

진정한 여행의 시작

인생을 여행처럼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을 여행처럼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 테면 여행의 정석을 보여준 영화 <비포 선라이즈>라든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와 같은 여행에 관한 영화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보통“여행이란 즐거운 것이야”라고 생각하겠지. 물론 즐겁지 않은 여행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나에게 여행이란 단순히 눈호강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여행이란 마음까지 즐거운 것이라야 진짜 맛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Nazim Hekmet)는 진정한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내 기억에 남는 진정한 여행이란 이런 거다. 그동안 내가 돌아본 나라는 가까운 일본부터 중국, 태국, 싱가포르, 머나먼 미국 라스베가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니스, 모나코,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여러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모스크바는 마치 중세 도시에 타임슬립한 것처럼 아주 인상 깊었던 곳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이나 관광하면 쓸데없는 짓들을 너무 많이 한다. 경험을 많이 한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냥 미지의 거리라도 자박자박 걸어다니거나 싸드락 싸드락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보다 물건과 친해지기보다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긴다면 여행의 맛은 더욱더 깊어질 텐데 말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의 나라는 바로 베트남 호치민이었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인지라 설렘반 기대반의 나들이였다. 여행의 첫 걸음을 디딘 순간부터 호치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호치민 거리에서 시작된 여행은 마치 썰물과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빠져나가는 오토바이들의 행렬이 가관인지, 난장판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잘도 돌아가는 활기찬 거리의 모습부터가 새리새리할 따름이다.

 그런 까닭에 첫날부터 나는 베트남의 풍류가 무엇인지 즐길거리를 찾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여행은 즐길 때가 가장 멋진 거 아닌가? 이렇게 기회가 올 때면 놓치지 말고 즐겨야지!”현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즐기는 것이 여행의 참맛 아닐까? 그래서 몇 마디 베트남 말로 “씬자오, 땀비엣, 씬깜언”같은 인사말부터 익혀두었다.

 호치민에 도착한 첫날 밤, 베트남 친구들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호치민의 매력적인 하루는 역시 건배주 파티로부터 시작되었다. 저녁노을이 물들어갈 무렵, 호치민의 한적한 거리에 자리한 맥주 가든으로 향했다. 드디어 건배주로 '후다비어, 사이공' 이란 지역 맥주를 주문했다. 베트남 친구들인 탄과 호와, 그리고 빈빈이랑 함께, 물론 건배사는 베트남 식으로“못하이바요! 못하이바요(Một, hai, ba dô)”를 연거푸 외치면서 말이다. 

 호치민은 퐁꾸아 해산물 음식, 부침개인 반세오, 샌드위치인 반미, 쌀국수 분짜 등 다양한 맛과 향이 가득한 음식들이 있기에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리하여 난 베트남 맥주에 푹 빠져 매일 저녁마다 소소한 술자리를 함께했다. 다음날 아침엔 무조건 새벽시장이 열리는 거리의 국수집에서 쌀국수 한 그릇으로 속풀이 해장을 하고 나면 딱이니까. 시장에선 잘 통하지 않아도, 손짓과 미소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재밌는 것 아닐까?

 호치민의 거리는 어떤 풍경으로도 지루하지 않았다. 베트남 친구들의 열정과 배려심에 시장 골목을 거닐면서 두리안과 코코넛 주스를 마시거나 때론 콩카페에 들려 코코넛 커피를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며칠 후엔 동행했던 일행들에게 무조건 베트남의 시골마을을 찾아가자고 했다. 그래서 호치민 도심을 벗어나 1시간쯤 달렸을까? 시골길로 향하는 여정은 단서없는 모험이다. 호치민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인데, 악어농장으로 알려진 한적한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낯선 외국인인 나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반겨주었다. “어디서 왔나요? 무슨 일을 하시죠?" 그들의 호기심어린 관심에 마음이 놓여진다. 시끌벅적 난잡한 도시를 벗어난 시골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과 특별한 만남의 순간, 가슴깊이 스며드는 여운을 남겼다. 

 나는 여행가이드북에도 등장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의 여정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왕이면 그곳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무엇을 좋아하는 건지, 함께 느끼는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 ‘누구와 함께 무엇을 즐기느냐’아닐까? 그런 것이야말로, 여행의 매력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게 내가 원하던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요, 묘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낯선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으니 무작정 떠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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