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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7시간전

모든 LP가 아날로그는 아니다.

전에 한 번 다뤘을 내용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해당 내용을 어떤 글에 다뤘는 지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일단 글을 만들어 본다.


제목 그대로, 모든 LP가 아날로그라 볼 수는 없다.

간혹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블로그나 카페글들을 보면, LP와 턴테이블을 마련해 놓고, "역시 아날로그 감성."이라며 심취해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그럴 때마다 조금은 안타까운, 음반사의 상술이라던 지, 부정확한 정보를 맹신하는 것에 대해 말이다.


LP가 '아날로그' 매체로 인식된 것은, CD가 등장하기 전, 즉 음반 시장이 디지털로 전환하기 전에 굳어 졌다.

이 시기에 대체적으로 LP들이 아날로그인 것은 맞다.

그 것도 'CD 이전에 모든 LP가 다'라고 하지 않았고, '대체적'이라고 표현한 점을 유의해야 한다.

CD로 음반 시장이 개편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LP 자체가 생산량을 줄이게 되었고, 그 줄어 든 LP 중에서도 아날로그보다 디지털 녹음된 LP가 점점 비중이 늘어 나기 시작했다.

이 게 정확한 것이다.


좀 더 쉽게 정리를 하자면, LP라고 무조건 아날로그인 것은 아니고, LP에 아날로그가 담겨야 진정한 아날로그인 것인데, CD가 등장해서 대대적으로 디지털 녹음이 많아 졌으며, CD와 무관하게 최초로 디지털 녹음이 시작된 것은 제법 이른 시기, 70년대 초기 일본으로 기억한다.

그럼 70년대 초기부터 CD가 등장하는 80년대 초기까지 LP와 테이프들 중에 소수 디지털 녹음이 실려서 발매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점점 시대가 바뀌면서 아날로그 녹음은 거의 사라 지다시피해 져 버렸고, 사람들은 여전히 LP를 아날로그로 인식해서 '레트로'네, '아날로그 감성'이네, 하면서 LP를 아날로그 매체로 여기고 구매한다.

음반사가 노린 상술이랄까, 이런 음반적 지식이 약한 대중들은 커다랗게 턴테이블을 돌아 가는 LP를 감상하면서 아날로그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렇지 않다.

물론, LP와 테이프는 아날로그와 그 태동을 같이 했고, 디지털 음원까지 수록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췄다.

그렇지만 LP가 아날로그만 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날로그만 담겨야 하는 것 또한 아니다.

잘 알고 사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양심적인 음반사들은, 대체적으로 재즈나 클래식이 그러한데, LP 표지에 애초에 디지털 녹음이 되었다고 표기한다던 지, 아날로그 원본을 디지털로 리마스터해서 LP로 실었다고 표기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양심적이라기 보다도, 디지털 녹음의 장점을 역설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90년대 이후부터 발매되는 일부 클래식, 재즈 음반들을 제외한 일반 대중적인 팝이나 록 음반들은 그런 표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시기적으로 디지털 녹음이 보편화됐으므로, LP로 나온다 하더라도 전부 디지털 녹음이라 봐도 무방하다.

레코딩사에서는 쌓여만 가는 마스터 테이프를 보관하는 데 애를 먹고 있고, 디지털 녹음이라 하더라도 감상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뿐더러, 믹싱이나 편집하기도 좋다.

레코딩사들이 이런 장점이 많은 디지털 녹음으로 전환하지 않을 리가 없다.

7, 80년대 LP들도 전혀 디지털이 없다고 장담 못 한다.

그렇지만, 90년대면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레코딩사들이 디지털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아날로그 LP는 전무하다고 한 것이다.


그럼, “70년대 초반 이전, 아예 60년대나 그 이전 LP들은 전부 아날로그가 확실하냐.”고 되물을 수 있을 텐데, 그 때 당시 LP들은 무조건 100% 아날로그가 맞다.

헌데, 70년대 초반이라 하더라도 극소수 디지털 녹음이 최초 실험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디지털 녹음이 보급이 안 되었다.

따라서, 내 생각엔 70년대에는 거의 8~90% 가량이 아날로그라고 보면 된다.


요즘 나오는 한국의 대중가요나 외국의 LP들도 애초에 녹음을 디지털로 했기 때문에, 이 LP들을 '아날로그'라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 것들은 정확하게는 'LP에 담긴 디지털 음원'인 것이지, 단순히 겉보기에 LP라고 해서 무조건 아날로그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제대로 된 아날로그 녹음 LP를 듣는다면, 정말 소리가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부드럽고 아주 자연스럽다.

처음엔 잘 차이를 느끼지 못 하겠지만, 여러 장을 반복해서 듣는다면, 디지털의 기계적인 늬앙스와 아날로그의 자연스런 늬앙스를 충분히 구별 가능하다.


LP도 다같은 아날로그가 아닌 점, 아날로그 리이슈를 제외한 신보를 기준으로, 요즘 시대에 출시되는 것들은 '아예' 아날로그 LP는 전무하다는 점, 이 점은 유념하고 LP를 접하고 구매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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