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Oct 28. 2024

진공관 알을 '슈광' 제로 교체하고

출력관 4 알을 쿼드 매칭으로 바꾸었다.

운 좋게 와싸다 장터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 전부터 출력관에 문제가 있었다.

진공관 앰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이 있고, 그래서 불안정한 현상을 보였다.

예를 들면, 갑자기 관 하나가 유난히 불빛이 세 진다던 지, 갑자기 스피커에서 '픽'하는 소리가 크게 난다던 지, 고질적으로 출력이 균일하지 못 해서인 지, 도중에 툭 꺼진다거나, 애초부터 예열을 안 하는 등의 문제점들이 있었다.

나중에 문제의 관을 뽑아서 핀을 보니, 아예 일부 핀이 타 들어가 버렸다.

진공관에 대한 지식은 없었지만, 분명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앰프가 자동 바이어스인데, 출력관끼리 수치가 매칭이 안 되었다.

나는 그 것을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유력하게 추측하였다.


사정은 이랬다.

최초에 내가 이 자디스 앰프를 들일 당시에, 아마, 페어 + 페어 매칭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관 하나가 '퍽' 하면서 죽었다.

그러면서 불이 안 들어 오더라.

고장난 앰프를 서초동에 있는 어떤 오랜 오디오 전문점에 문의했다.


"전원을 켜도 불이 안 들어 오면, 퓨즈가 나간 거에요. 가세요."


"??? 어떻게 가는 건데요?


"간단한 건데... 모르겠으면 물건을 보내 보세요."


물건을 점검한 오디오점에서는 이렇게 답한다.


"퓨즈는 갈았고, 관 하나는 완전 갔어요. 이 거, 다 갈아야 돼요."


"그 거, 하나만 갈면 되지 않을까요?"


"하나만 갈아도 되지만... 그 거, 좋지 않아요. 갈 때 다 같이 갈아야지..."


나는 그 때, 그 오디오 사장님의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은 경계를 했다.

그냥 문제 되는 하나만 갈면 되지, 굳이 왜 세트로 비싸게 갈아야 하는 지.

나머지는 아직 수명이 남아 있다는 건데.

설마, 바가지 씌우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나는 고집을 부렸고, 그렇게 관 하나만 새 걸로 교체를 했다.


처음 얼마 간은 괜찮다 싶었는데, 나중에도 고장이 났다.

나중에 어떤 오디오점에 문의했는데, 자기네는 판매점이고, 다른 수리점을 소개시켜 준다고 했다.

용산의 어떤 오디오 수리점이었고, 앰프를 진단하더니, 이 번엔 또 '스크린'이 나갔다고 한다.

그 때, 스크린을 교체하면서 몇 십이 깨졌다.

시일도 오래 걸렸고.

그 때, 나머지 출력관도 고장나서 바꿨던 하나만 빼고, 싹 바꾸었던 걸로 기억난다.

결국, 수치가 안 맞는 페어, 하나는 수치가 맞는 페어로 된 것이었다.

그 때, 적어도 페어 + 페어, 내지는 쿼드로 맞췄어야 하는데, 괜히 몇 푼 아낀답시고 돈 깨져 가면서 오디오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수치가 안 맞는, 들쭉날쭉 출력관으로 앰프를 운용한 것이, 고장까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냥 소모품 갈 듯이, 단순히 출력관 하나 죽었으니까, 수치 무시하고 바꿔도 된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수동 바이어스 앰프라면, 수치가 달라도 개별적으로 수치를 맞출 수 있지만, 자동 바이어스라면, 적어도 페어, 내지는 쿼드로 맞춰 주면 이상적이다.

나는 그 기본적인 지식을 간과했던 것이다.

지금은 쿼드로 매칭시켜서 주니,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점은 일으키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슈광' 진공관의 음악적인 부분을 평해 보고자 한다.

최초 자디스 앰프를 구동했을 당시, 슬로바키아의 JJ 일렉트로닉 청광관이었다.

처음엔 뭐가 뭔 지 몰랐는데, 나중에 바꾸게 된 러시아제 일렉트로 하모닉스관보다 출력이 너무 협소하고 형편없었다.

다양한 관을 써 보지 않았지만, 일렉트로 하모닉스는 전반적인 퍼포먼스나 출력은 괜찮은 듯 보인다.

이 번에 바꾸면서 접하게 된 중국제 '슈광'은, 퍼포먼스 면에서 일렉트로 하모닉스보다 약간 아쉬운 감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건 있다.

슈광 진공관이 더 투명하고 예쁘장한 소리를 내 준다는 것이다.

EL34관 특유의 장점을 잘 구현해 낸 듯 하다.


진공관의 매력은 무얼까?

뭐니뭐니해도 보다 자연스럽고, 따스하고, 투명함 아닐까.

그런 면에서 슈광 진공관은 유리의 투명함을 잘 자아 내, 나한테 점수를 땄다.

가격이 시중 제품 중에 제일 저렴한 축에 들어 조금 불안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이 상태로 오랫동안 고장만 안 난다면, 뭐, 나는 만족이다.


원래는 중고 장터에 러시아제 멀라드 복각관, 푸스반느 멀라드 복각관을 노렸는데, 어찌어찌 인연이 되진 않았다.

그런 것들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접해 보기로 하고.


이제 쿼드 매칭이 되었으니, 적어도 2 년 간은 문제가 발생하면 곤란하다.

소리에 대한 첫 인상은 합격이다.

가격도 참 좋고.

남은 관건은 '수명'이다.

이 점은 조금 더 지켜 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디오 케이블 단자의 형태와 도금재 분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