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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Oct 02. 2024

오디오 케이블 단자의 형태와 도금재 분류

케이블의 도체 소재, 어떤 지오메트리와 차폐를 따지는 것이 나에게 맞는 케이블 선택의 중요 기준이 되지만, 의외로 케이블 단자의 형태, 도금재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단자의 형태와 도금재에 따라 소리가 달라 지기도 하므로, 꼼꼼한 오디오 애호가라면, 이에 대해서도 지식을 갖춰야 한다.

케이블의 시작과 끝은 양 단자에서 이뤄 지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1. 단자의 형태

크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접점을 따진다면 스페이드 형태가 좋으나, 접점에 따른 오디오적 이득이 더욱 크다는 결론에 이르지 못 했다.

그냥 편한 걸 골라도 무방하다.

나도 구애받지 않는다.


가. 바나나 형

가격도 저렴하고, 체결하기도 쉽다.

쇼트의 대한 염려도 없으며, 보편적으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형태이다.

단, 접점이 크지 않아 신호가 원활하지 않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나 역시도 그런 점에서 조금은 찜찜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극단적인 실례를 들자면, 내 진공관 앰프 단자가 파손된 적이 있는데, 그 때 바나나 단자로 점만 닿아도 소리는 났었다.

설마, 점만 닿아서 출력이 약한 것은 아닌 지, 음향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가, 면밀히 소리를 들어 봤는데, 다행히 그런 문제는 없었다.

즉, 바나나 형태의 접점에 따른 음향적 손해는 불식해도 좋다는 것이다.


나. 스페이드 형

말굽 형이라고도 한다.

바나나보다 불편한 단자이며, 가격도 미세하게 바나나 형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스페이드 형이 오디오 애호가들한테는 선호되는 단자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안정적이면서도 가장 넓은 접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바나나 형의 단자에 대한 접점의 불리함이 무용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혹시?"하는 의구심을 정 떨칠 수 없다면, 스페이드 단자는 완벽한 의혹을 해소시켜 준다.


그러나, 스페이드 형이 접점에 있어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스피커나 앰프의 체결 단자를 조여서 고정시키는 방식인데, 이 것이 시간이 지날 수록 오디오의 진동에 의해 서서히 체결이 느슨해 지면서 풀리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로 인한 이웃한 단자에 닿아서 쇼트 발생까지 이어 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쇼트는 조금은 극단적인 최악의 상황이기도 하지만, 이웃한 단자가 지나 치게 가깝다던가, 단자가 위치한 형태가 좋지 못 하면, 충분히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를 대비해서 아예 절연 테이프로 감싼다던가, 단자와 단자가 쇼트되지 않도록 박스 테이프나 나무 조각 따위를 가운데 끼워서 미연에 방지시키면 된다.

그리고, 애초에 단자를 꽉 조이고, 진동에 대한 스파이크나 갖가지 방진재 액세서리를 구비해 두면, 단자의 느슨함에 의해 풀리는 문제는 염려할 게 없다.

이따금 생각날 때, 혹시 느슨해 있을 지 모를 단자를 더 조여 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다. 권총 형

이 형태는 아마 독일의 WBT 사만이 만들고 있을 것이다.

권총 형 단자라고만 해도, 익히 WBT 단자임을 알아 차릴 수 있다.

바나나 형태임에도 자체적으로 조일 수 있는 돌림쇠가 존재한다.

스페이드 단자처럼 풀릴 일도 없는데, 왜 이런 돌림쇠가 필요한 것일까.

그 것은 바나나 형의 단점인 접점의 불리함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조여서 양 단자가 만나는 접점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자가 아니며,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고급 단자로 인식되고 있다.

스페이드에 버금가는 접점의 확보, 크게 의미는 없지만, 강하게 조임으로써 행여나 느슨해서 단자가 빠지는 문제도 말끔히 해소가 된다.

바나나 형과 스페이드 형의 절충형태라고 볼 수 있다.


라. 직결형

말 그대로, 케이블 양 끝의 단자를 체결하지 않고 케이블 선재의 피복을 벗겨, 도체를 노출시킨 상태로 그대로 직결시키는 것이다.

이 것은 인터 케이블이나, 파워 케이블로는 불가하고, 고도의 전기적 지식을 가졌다면 어쩌면 가능하겠는데, 이미 인터 케이블은 벌크로 판매되지 않고, 완벽하게 단자까지 체결된 상태로만 판매하니,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유일하게 스피커와 앰프를 연결하는 케이블에만 가능하다.


나도 서브 시스템의 스피커 케이블을 이렇게 연결해서 쓰고 있는데, 단자를 쓰는 것보다 해상도 면에서 더욱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리가 찰랑거리듯 생생하고, 단자를 썼을 때는 전체적으로 조금 둔탁해 지는 느낌이다.

이는 아무래도 전기의 저항에 따른 결론임이 틀림 없다.

단자의 소재를 전도가 잘 되는 순동이 아닌, 그보다 전도율이 낮은 인청동이나 베릴륨 동을 쓰는 탓도 있겠다.

순동은 물러서 단자를 꽉 조일 경우 부서 지거나, 뭉개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단자의 형태가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두껍게 제작하면 할 수록, 전기가 거쳐야 할 저항의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오디오 커뮤니티에서는 단자를 쓰는 것보다 직결로 연결하는 것이 소리가 더 좋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단자를 쓰는 이유는 동 소재의 도체가 그대로 대기에 노출됨으로써 야기되는 부식, 산화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단자를 쓰는 이유는 체결의 용이함, 쇼트의 방지, 직결 시의 도체 산화 방지, 원론적인 이유들이다.

이에 대해서 표면의 부식은 육안 상으로 보기 좋지 않으나, 오디오 신호 전송에는 문제 없다는 반론도 있고, 나 역시도 직결 상태로 오랫 동안 이용했음에도 크게 문제점을 느낀다던가, 신호 전송 기능이 떨어 지는 것을 느끼지 못 했다.


극단적인 오디오 효과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과감하게 단자를 벗기고 체결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설령, 산화가 발생해도 녹을 제거하는 용액으로 닦아서 제거한다던가, 저렴한 가격의 케이블이라면 아예 조금 씩 잘라서 쓰는 방법도 있다.

과감한 이용자들은 실제 이렇게 쓴다.

나는 서브 시스템이라 크게 개의치 않고, 산화되면 산화된 채로 그냥 쓴다.


2. 도금재

기능적인 문제도 수반하지만, 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처럼 예민한 애호가들은 도금재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진다.

심도있게 들어 가면, 도금재도 두께를 고려해야 한다.

도금을 두껍게 바를 수록 단자의 보호 측면에서 좋지만, 너무 두꺼우면 소리의 해상도, 청명함이 사라 지고, 소리가 둔탁해 진다.

또, 각 도금재에 따른 톤의 변화에 대해서도 예측하고 이를 결과물로 도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가. 금

일반적으로 단자를 도금한다고 하면, 으레히 널리 쓰이는 것이 금도금이다.

금이 대표적인 귀금속이라서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순도가 낮은 금을 이용해서 얇게 도금을 할 것이다.

금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준수해서 잦은 체결로 인한 긁힘도 덜 하고, 동 다음으로 전도율도 우수해서 좋은 도금재로 아주 적합하다.


톤적으로는 평이한 성향에, 금의 색처럼 따스한 온도감, 예쁘장한 소리가 난다.

개인적으로 보편적으로 쓰이는 동선과 금도금을 선호한다.

유일하게 단점이라면, 글쎄, 고급 금도금을 접하지 못 한 탓인 지, 금 자체가 완전한 도금재가 아니라 그런 지 모르지만, 많은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금도 벗겨 지는 듯 하다.

그런 탓에 금도금은 저가 케이블, 단자에는 쓰이는 저렴한 도금재란 이미지가 크다.


나. 로듐

금과 함께 널리 쓰이는 도금재이지만, 상대적으로 금보다 고가이다.

순도가 높은 로듐으로 제대로 된 도금을 했다면, 아마 가장 비싼 도금재라고 해도 무방하다.

로듐 자체가 백금족에 속하는, 귀금속임과 동시에 희귀금속에 속하는 탓에, 시세가 꽤 비싸다.

금과 얼마 차이 나지 않는 로듐 도금이라면, 순도에 있어 의심할 필요성이 있다.

제대로 된 로듐은 금도금과 제법 가격 차이가 나야 정상이다.


로듐의 장점은 무엇보다 강도가 단단해서 긁힘이나 파손에 가장 강하다.

단자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이랄 수 있겠다.

그래서 고급 단자에 널리 쓰이며, 각 오디오 케이블 브랜드의 고급 라인으로 올라 갈 수록, 이 로듐 도금 단자 일색이다.


로듐의 톤은 백금 특유의 차가운 색상을 그대로 구현한다고 볼 수 있으며, 보다 착색이 적어 사실적이고, 해상도에 있어 장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도율 탓인 지, 금보다 조금 어둡게 느껴 진다.

금보다 탱글 거리는 맛도 있지만, 사실적인 소리가 조금 밋밋하게 느껴 질 수 있겠다.


다. 팔라듐

팔라듐을 도금재로 취급하는 회사는 일본의 오야이데 하나 뿐이다.

팔라듐 도금은 케이블 도금재로 써 본 적은 없지만, 콘센트와 멀티탭으로 익히 써 봐서 알고 있다.

팔라듐의 특징이라면, 로듐이 속해 있는 백금 특유의 단단함을 기대할 수 있지만, 톤에 있어서 그다지 장점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


팔라듐은 서스테인이 짧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로듐과 마찬가지로 백금족으로써 차가운 느낌이지만, 로듐보다 어두운 듯 느꼈다.

팔라듐이 희귀금속이라, 어떤 소리를 내 줄 지 궁금했는데, 그다지 오디오적 장점을 느끼지 못 했다.

오히려, 보편적인 금이 낫다고 본다.

동일한 백금족인 로듐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미세하게 다르다.

팔라듐이 로듐보다 저렴해서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음에도, 보편적인 도금재로 쓰이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라. 은

은은 가장 도금재로 써서는 안 될 소재이다.

산화란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아마, 동보다 산화가 잘 될 것이다.

내가 가진 스피커 케이블이 은도금도 아니고, 아예 통으로 된 순은 단자이다.

아예 시커멓게 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뭇거뭇한 느낌이다.

도금을 쓴다는 이유 자체가 직결된 도체의 산화 방지인데, 도금 마저 산화가 된다면, 도금을 하는 의미가 무색해 져 버린다.

그런 탓에 은도금 소재 단자는 드물다.

은을 도체로 썼을 때는 안전하게 겹겹히 피복에 쌓여 져서 산화에 대한 걱정이 없는데, 표면이 대기에 노출되는 단자 소재로써는 기피 소재가 된다.


그러나, 은은 톤에 있어 얻는 점이 가장 크다.

그 것은 동보다 높은 전도율, 시원시원하고 밝은 톤의 획득, 고역 출력의 상승 기대, 청명하고 나은 해상도 등이 그 것이다.

은이 도체로써 동보다 고급 도체라는 인식, 전도율 또한 동보다 나은 점이라는 면에서 분명히 음향적으로 얻는 것이 크다.

그러나 그 것은 도체로써의 용도이고, 단자에 있어서는 은은 강도 측면에서나 산화 측면에서나 불리한 점이 너무 많다.

그래도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은단자 케이블을 오래 쓰고 있는 것이, 케이블을 한 번 체결하면 다시 빼고 끼울 일이 없으며, 산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산화는 시각적으로 좋지 않을 지언정, 산화가 오디오 신호에 손실을 미친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은은 단자 소재로써는 금기의 소재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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