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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도윤 Aug 03. 2023

긴장하다.

자주 느끼는 감정.

긴장하다 : 마음을 조이고 정신을 바짝 차리다.

유의어 : 경직하다, 굳다, 굳어지다

반의어 : 느즈러지다, 이완하다, 풀어지다

 23년 3월 18일 토요일 두 번째 수필 수업을 마칠 때 즈음에 선생님께서 과제를 주셨다. 

 『살면서 자주 느끼는 감정에 대해 알아오기』


 질문은 명료하지만, 대답은 단순하지 않은 이 과제는 지금까지 내 생각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요즘 큰 고민거리이다. 주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 시선에 담기는 것들에만 집중하며 보냈었지, 나 자신을 반성하는 데에는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었다. 나의 감정 또한 소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와서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에 관해 이야기 하라니…. 분명 어딘가에 있겠지만 평소에 의식하지 않다가 찾을 때면 보이지 않는 리모컨 같은 기분이 든다. 


 가역적 사고를 하면 잃어버린 감정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매일 별 감상 없이 지나치는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조금 더 자둘걸’ 하는 가벼운 후회를 하기도 하고, 직장에서는 대부분은 무기력하지만 가끔은 화가 나기도 했고 보람 있는 하루이기도 했다. 퇴근 후 운동하러 가는 길은 귀찮았고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은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몇 시간 잘 수 있을지 고민하며 미리 다음날을 걱정하였다. 그런 별 고정되지 않은 감정을 느끼는 나날을 반복한 뒤 주말이 되면 편안함으로 가득했다. 밀린 늦잠도 푹 자고 산책을 하며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햇빛을 받으며 낯설어하기도 했다.


 평소에 잔뜩 힘이 들어가 뭉쳐져 있던 승모근도 조금씩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승모근을 주무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내 긴장하며 지냈었나?….’ 긴장할 때면 승모근이 올라오곤 했었는데 회의를 할 때나 보고를 할 때나 가벼운 스몰 토크의 상황 속에서도 타인을 마주칠 때면 어김없이 나의 승모근은 한껏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문득 열심히 일하는 내 승모근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왜 그렇게 자주 긴장하는지 이유를 찾고 싶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프로이드’와 ‘아들러’에 의하면 사람의 성격은 어릴 때 결정된다는데 내 주된 감정의 원인도 어린 시절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내 기억 속 어린 시절을 되짚어보았다.


 초등학생의 나는 꽤 성실한 아이였던 것 같다. 숙제도 꼬박 잘해오고 공부도 잘해서 학교나 주변에서 꽤 칭찬받는 아이였다. 자연스레 따라오는 주변의 기대어린 시선이 나의 자존감을 한껏 올려주었다. 적어도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평범한 성적, 평범한 아이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것이다. 세상은 넓고 나보다 훌륭한 학생들은 가득했다. 주변의 시선은 어느새 그저 그런 시선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게 내 현 위치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 같아 꽤나 가슴이 쓰렸던 것 같다. 사춘기와 더불어 부족한 자신감을 극복하려 그런 따분한 시선에 반항도 해보았지만 되려 나에 대한 관심은 줄어만 갔다.


 뭐 어쨌든 그 충격을 계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각고의 노력 끝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도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실망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타인 앞에 서면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좋아하는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머릿속은 복잡하다. 이런 경험이 쌓이며 적응이 돼서 현재의 나는 괜찮지만, 지금은 어렴풋한 기억 속 청소년기의 나는 많이 외롭고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 그 때의 나에게 찾아가 따뜻한 포옹을 해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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