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레스트 Jan 12. 2024

내가 매일 그림을 그리게 되다니

Episode 01. 52주 챌린지를 시작하며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매일 그림을 그리게 되다니. 아주 어릴 적에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칭찬이라기보다 걱정에 가까웠고. 자연히 그림과 멀어지는 수순을 밟으며 진학을 하고 사회생활을 해왔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기회를 봐서 풀기로 하고. 일단 내 그리기 루틴을 소개한다.


퇴근 후에 저녁을 먹고 나서 이런저런 집안일을 마무리를 하고 나면 9시에서 10시 사이. 식탁 한편에 앉아서 작업을 시작한다. 쉬는 날은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쉬는 날을 기다리는 집안일들이 따로 있기 마련. 청소, 세탁, 장보기 등을 마치고 난 오후에야 작업을 시작한다.


그림 도구는 연필과 샤프펜슬, 딥 펜과 잉크, 물병, 종이타월 그리고 스케치북으로 단출하다. 보조적으로 피그먼트 라이너와 세필 한 자루를 사용한다. H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HB 샤프펜슬로 라인드로잉을 마치고 나면, Nikko의 G-펜촉과 Mapping 펜촉을 주로 사용해 잉크작업을 한다.


주로 숲을 산책하면서 관찰하고 촬영한 동식물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할 때도 한참을 고민해서 Forestwalks_illustrated라고 이름 붙였다. 좀 거창해 보이지만 forestwalks는 숲길, illustrated는 삽화라는 뜻이니 내가 하려는 바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감탄할 일이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 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든 잡아두지 않으면 어제와 같은 오늘이 되어 버리고, 기본적으로 게으른 우리의 뇌는 반복되는 정보를 가차 없이 삭제하고, 그렇게 축지법처럼 세월이 접혀 버린다, 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난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라미 Lamy의 만년필과 몰스킨 Moleskine의 소프트커버 익스펜디드로 시작. 늘 만년필은 어려운 도구라고 생각해 왔는데 의외로 쓱쓱 부드러워서 쓰는 즐거움이 생겼다. 옅은 토트 무늬의 종이에 이것저것 쓰고 그리다 보니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온라인 수업을 찾아봤다.  


Domestika 사이트에서 Dip Pen and Ink Illustration 클래스를 들으며 그리는 재미를 발견했다. 하지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적절한 압박이 필요했고, 마침 막 시작하는 드로잉 챌린지가 있어서 참여를 하게 되었다. 21일간 퇴근 후에 폴라로이드 사진 크기의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21일 동안 그렸던 그림들 중에서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주변의 따스한 눈빛이나 응원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돌아오는 반응은  ‘그런 걸 왜 해? 돈은 되니?’식이라서 있던 열의도 차갑게 식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매일 저녁  챌린지 동기들과 그림을 공유하면서 응원을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배가되어 없던 열의도 생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2024년에는 스스로 챌린지를 만들어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일 년 동안 매주 숲과 관련된 주제를 한 가지씩 정해 글과 그림을 짓는, 무려 52주 챌린지. 일주일 동안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잘 정리하고 자료 조사도 충실히 하면서 '내가 보고 싶은 숲 그림책'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