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레스트 Nov 20. 2024

일찍 일어나고 볼 일입니다

Episode 22. 존 레이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전 날 잠을 설쳐서 그랬는지 어젯밤에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빨리 이런 시간에 현실세계로 복귀하다니.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붙여보았지만 오히려 머릿속은 보름달이 뜬 것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루틴이 떠올랐다. 글이라도 써야 하나... 요새 글쓰기에 소홀해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에도 반성문을 쓰지 않았던가. 흐트러진 정신머리를 깨우기 위해서 내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왠지 가뿐해진 몸뚱이를 일으켰다.


차를 끓이고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폈다. 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브런치스토리. 이 시간에 마주할 줄은 몰랐는데... 찻잔을 손에 꼭 쥐고 뭔가 할 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면서 데면데면 앉아있었다. 한참만에 빈 찻잔을 내려놓고 키보드로 손을 옮겼다. 그리고 드디어 첫 줄이라고 쓴 것이...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어릴 적에 집에서 학교에서 참 많이 들었던 소리. 보통 다음과 같은 말이 후렴처럼 이어졌다. '너는 어떻게 허구한 날 자빠져 있냐. 남보다 일찍 일어나서 한 글자라도 더 봐라...' 이 정도는 양반이었다. 잠은 죽어서 자는 거라는 말 같잖은 소리를 내뱉던 인간도 있었지.


아마도 그리스 로마시대로부터 전해졌을 이 오랜 속담은 16-17세기를 살았던 영국 사람 윌리엄 캠든 William Camden과 존 레이 John Ray가 펴낸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으로 추측된다. 요즘은 '기회를 잡으려면 경쟁을 피하라'는 의미를 담아 '얼리버드... 특가, 이벤트, 항공권'처럼 활용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존 레이 John Ray (1627-1705). 영국의 자연주의자  naturalist. 싹이 트고 단풍이 드는 자연현상을 신의 섭리 혹은 마법이라고 여기던 시절에 '외떡잎식물과 쌍떡잎식물의 구분' '나비의 생애주기' '나이테' 등을 발견하고... 무엇보다 '종 species'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후대에 분류학, 진화론이 발전하는 밑바탕을 놓아주었다고 한다.


거 참, 일찍 일어나는 새가... 를 검색했을 뿐인데.

일찍 일어나고 볼 일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날마다 조금씩 단단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