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인지는 모르겠다. 웃음이 나왔고 몸이 간지러웠으니 말이지
오랜만에 전 직장 동료분을 만났고, 인사를 나눈 뒤 우산을 펼친 참이었다. 비가 그치다 내리길 반복, 우산에 커다란 구멍이 있음을 안 것은 우산을 접을 때였다. 구멍 난 줄도 모르고 쓰고 다녔다니 저번 달에 산 원피스가 허리를 조인다는 생각에 머리 위 하늘을 볼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 시간을 쏟아 온 1학기가 끝났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지나 상대평가 점수를 보니 C+. 직장 생활을 하며 이 정도면 무난하게 잘 해온 거 아닐까 싶었고, 강의를 끝낸 뒤 오랜만에 빠진 예능을 보니 나도 무언가를 배속 없이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점수에 예민했던 것 같은데, 시간은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생각한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니 나도 조금은 변했구나.
* 놀러 간 이의 사진을 보면서도 즐겁길 바란다니 조금은 어른이 된 느낌이 들었다.
* 취향을 공유한다는 것은 귀한 일. 오랜만에 조금 빠져들 것 같던 작가님과 함께 하는 시간에 초대해 준 이의 마음에 감사를 느낀 날. 덕분에 또 하나의 설렘을 얻었다. 노력하자, 실천하자 여러 번 말했지만 제대로 하는지 몰랐던 것들이 이뤄지는 느낌. 부담이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애인과의 관계도, 오늘 하루의 시작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비는 그쳤고, 구멍 뚫린 우산을 버리기로 했다. 저번 달에 산 긴 팔을 꺼내고 살짝 망가져 흔들리는 가방을 꺼낸 날. 새로 바뀐 머리 탓일까 혹은 내 옆의 사람들 덕일까. 개운한 하루인듯해. 한 시간 43분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 좋았어. 커피를 마셨고, 흔들리는 지하철 속 은은하게 맡아지는 찌든 담배 향에 숨을 잠시 참아보기도 한순간. “제가 팬이 될게요”라는 말 한마디를 꺼내면서도 수줍게 웃었다. 분명 이마에 난 트러블이 고민이었는데 별거 아니구나. 사실 오전 내 내린 비 탓에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다.
* 고기를 먹으러 가는 길, 아침에 먹은 참치김밥이 소화될 생각을 않는다. 오늘은 함께 하는 이에게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