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30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가장 큰 너의 성취는 무엇 같아?” 친구의 물음에 순간 답을 잃었다. 그러게, 나는 어떤 성취를 해왔을까? 취업을 했다던가 하는 건 성취라기엔 부족하다, 난 이미 퇴사를 했으니까. 책을 낸 것? 단 하나의 책만 냈으니 성취라고 말하기엔 조금 민망하다. 연애를 하고, 헤어진 것, 조금 더 나빠진 것도 모두 감정적인 혹은 심리적인 변화일 뿐, 내세울 만한 성취는 아니었다. 그러게, 나 아직도 성취랄 게 없네. 그나마 너를 만나고, 우리 사이가 깊어진 게 성취라면 성취일지도.
20대의 삶에는 만성적인 우울함이 있다. 불안하고 이룬 것이 없기에 오는 우울함. 열정과 현실의 차이가 가장 큰 시기이기에, 20대는 늘 우울하다. 20대 초반에 가장 큰 성취는 대학교 합격이었고, 중반의 성취는 취업이었다니 내 삶도 참 무난하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이제는 결혼을 할 줄 알았지만, 아직도 이룬 것 없이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에 기대 글을 쓰고 있다.
그래도 조금은 이룬 게 있다면, 감정적인 독립과 금전적인 독립이다. 감정적으로 독립했다는 건, 더 이상 타인의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내 감정의 주인이 된다는 것, 조금은 나쁜 사람이 되어 나를 나답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전적인 독립은 했다고 하지만, 매달 핸드폰 요금과 보험료를 계산할 때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며 여전히 자립의 무게를 실감한다. 어른이 되는 건 생각보다 더 무거운 일이다.
곧 2024년이 끝나간다. 이번에 세운 목표는 다 이룬 걸까? 성취랄 건 없어도, 감정적인 여유가 생겼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안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뭐든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