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눈을 쉽사리 감지 못 합니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단 죄책감인지 핸드폰을 꺼내 릴스를 보고, 웹툰을 보다 잠이 밀려올 즈음 겨우 잠에 들지요. 퇴사를 한 후에 가장 크게 바뀐 것이 수면 패턴 같아요. 분명 시간을 정해두고 잠에서 일어나 일을 하자 한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후 12시가 되면 눈을 뜨고, 간단하게 무언가 먹으려 부엌을 뒤적이면 그게 하루의 시작.
최근에는 어떤 책을 읽을지 기웃 거리는 취미를 가졌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님의 유명세 덕인지 서점에 사람이 많아요. 작가님의 책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출판업계도 오랜만에 큰 웃음을 짓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베스트셀러라든가, 추천도서 같은 책은 잘 읽지 않아요. 예쁘게 표지까지 볼 수 있도록 진열된 책보다는 서가 구석에 박혀 있는 책이 좋거든요.
왜일지 눈에 딱 들어오는 책들이 있는데, 그 책을 꺼내 읽을 때면 저만 볼 수 있는 마법의 책을 찾은 느낌이 듭니다. 이름조차 기억에 없는 작가님의 일상을 엿본다니 매력적이거든요. 유명한 연예인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도 좋지만, 3초씩만 모습을 드러내던 단역 배우가 주연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소식만큼 감동으로 다가와요. 사람들은 살며 여러 선택의 길을 걷는다는데 이런 선택도 괜찮잖아요~? 이름보단 문체를 기억하던 저는 마음에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을 얻습니다.
또 다른 취미는 다시 술맛을 알았다는 것. 사랑니를 빼곤 술을 끊는다고 끊었지만 개 버릇 남 주나요? 저는 또 술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위스키 한 잔, 와인 한 병 잘게 잘게 나눠 마시는 게 낙인 사람에게 술 없는 하루만큼 서운한 일은 없지요. 요즘에는 평점 높은 편의점 술을 찾는데 재미가 들렸습니다. vivino 어플을 켠 채 3.5점이 넘는 와인이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겠다며 심사위원인양 와인을 구분하는 게 꽤 즐겁거든요. 가끔 2점도 아까울 만큼 맛없는 술을 만나면 미안하지만 앞으로 음주 문화에 이 같은 와인은 없을 거라며 떠나보내기도 합니다.
30살이 되면 어른이 되어 분위기 있는 바에 앉아 위스키 한 잔 기울이는 모습을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자취방 침대에 누워 소소하게 마시는 와인 한 잔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면 또 내일이 오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인생인걸요. 어쩌다 보니 요즘 제 취미만 나열한 것 같네요. 저는 요즘 이런 취미에 빠져있어요. 취미라기에도 웃긴 소소한 것들이지만요.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요? 요즘 어떤 생각을 할 때 웃음이 나오는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