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는 서점이 아니다

책도 중요하고, 음식도 중요하다

by 벤의 서재

인테리어와 컨셉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많은 공을들여 준비했다.

내 머릿속으로도 '이정도면 충분히 했고, 부족한 부분은 하면서 채우자'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예상치 못한 것이 내 발목을 잡았다.


바로 디저트였다.


북카페를 기획할 때 음료랑 함께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페어링하려고 했다.

그러던 도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책에 '마들렌'이라는 디저트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되어 '이거다!' 싶었다.


그 이후로 난 베이킹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이 맛, 그것은 콩브레 시절의 주일날 아침(그날은 언제나 미사 시간 전에는 외출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레오니 고모의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 고모가 곱잘 홍차나 보리수꽃을 달인 물에 담근 후 내게 주던 그 마들렌의 작은 조각의 맛이었다.


마르셀 프루스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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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받았던 베이킹 교육


유명한 디저트 쉐프님의 교육에 참여해 레시피를 배우고, 배이킹 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배웠다.

실습이 아니라 교육이었지만, '이정도면 금방 하겠는데?'라고 생각을 했다.

나는 쉽게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어느 경지에 올라가있는 사람이라는 진리를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테리어가 다 끝나고 마지막에 장비가 들어왔다.

재료도 다 구매 했으니 이제 마들렌만 만들어보면 다 끝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들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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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마들렌들

당시 내가 만들어 내던 마들렌은 마들렌 모양이 아니였다. '이상하다 분명히 레시피대로 섞고 온도까지 체크했는데 왜이러지?' 하루종일 마들렌을 만들어도 모양이 잘 나오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들렌을 하루종일 만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모양은나오지 않았다.

배꼽은 커녕 고래모양이거나 흘러넘친 마들렌 만들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내 방식에 무언가 잘못이 있다는 생각에 레시피를 펼쳐놓고 검색을하며 뭐가 잘못되었는지 찾아보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있는 답변으로는 내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난 스스로 문제를 찾기로 결심했다.


베이킹의 영향을 주는 요소는 재료,비율,반죽,온도,시간,무게 등등 매우 많았는데 재료를 먼저 바꾸기로 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레시피에 적힌 대로 필요한것을 대형마트에 가서 구매를 했기 때문이다.

베이킹 카페에 들어가서 가장 좋은재료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베이킹전문 쇼핑몰에 들어가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상품들로만 구매를 했다.

이렇게 하나 하나 확인해보니 처음에 구매했던 모든 재료를 다 바꾸게 되었다.

반죽을 하고, 휴지를 한다음 레시피에 적혀있는대로 구워봤더니 드디어 그럴싸한 마들렌이 만들어졌다.

모양이 잡힌것을 눈으로 보니 드디어 오픈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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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독서모임을 함께 운영하던 운영진 중에 한분이 있었는데 F&B사업을 잘 아는 분이라 내가 창업하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시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다.

당시 내가 마들렌을 만드는 것도 알고계셔서 드디어 완성이 되었다고 기쁜마음에 말씀드렸다.

한번 먹어봐도 되냐고 물어보셔서 마들렌을 드려봤는데 충격적인 답변을 받았다.


'동환님... 이건 못팔아요... 맛이 없어요...'


절망적이였다.

2주 동안 아침 8시에 나와 밤 12시까지 마들렌을 만들고 버리고 만들고 버리고를 반복했는데 또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하니 머릿속이 텅 비어버려서 그분이 가시고 주저앉았다.


'일주일만 있으면 내가 계획했던 오픈일인데, 어떻게 하지?'


공책을 펴고, 글을쓰면서 감정을 토해냈다. 처음하는 일이 얼마나 힘이들고 어려웠는지,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생각했는지, 왜 내가하는일마다 되는게 없는건지, 30분을 넘게 펜을 쉬지않고 쓰다보니 마침내 결론이 났다.


'이런상태로는 절대 개업 못한다. 내가 먹는 음식이 아니라 손님이 먹는 음식이다. 여기는 서점이 아니라 카페다. 때에 따라서는 책이 아니라 음식이 메인이 될 수 있는 공간이다. 계획한 목표일이 중요한게아니라 디저트를 완성하는게 먼저다.'


나는 개업을 한달 미루고 디저트를 완성하기로 결심했다. 모든조건을 다시 확인하고, 다시 시작했다.

또다시 하루종일 마들렌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주말에도 쉬지않고 계속 만들었다.

매일 매일 조건을 조금씩 바꾸면서 마들렌을 만들다보니 잘못된 부분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재료배합부터 반죽의 온도, 휴지시간, 팬닝의 양, 굽는시간과 온도까지 다 바꿨다.

레시피는 장소에 따라 조건이 다르기때문에 똑같이 만든다고 해서 동일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도 결국 깨달았다. 경험과 노력이 내게 선물해준 값진 통찰이었다.

나는 처음 배웠을때와 완전히 다른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냈다.

시간은 어느새 3주가 더 지나있었다.

다시 운영진 분께서 맛을 봐 주셨다.

그리고 말했다.


'동환님 이제 팔아도 될것 같아요. 고생하셨습니다.'


여담이지만 레시피를 완성하고 나서도 다른 디저트쉐프님의 교육을 들으면서 여러가지 종류의 마들렌도 익혔다. 이제 만들 수 있는 종류도 많지만, 손님의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 많은 실험을 하면서 바꾸고있다.

개업 후 마들렌은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맛있다고 해주셨다.

리뷰에도, 블로그에도 북카페라서 커피랑 디저트 기대는 하나도 안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는 후기가 많았다. 나는 별도로 마케팅을 하지 않기에 블로그나 방문리뷰 글이 잘 달리지 않는다. 하지만 리뷰에는 모두 진심이 들어가있어서 보면서 많은 힘을 얻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디저트 만드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카페에 디저트가 맛있어야 하는것은 당연하다. 나는 경험이 부족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못해

큰 실 수를 할뻔했지만, 나중에야 그 실수를 깨닫고 바로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북카페는 서점이 아니라 서점과 카페가 결합된 공간이다. 두가지가 결합되었기 때문에

두가지 공간이 주는 가치를 동시에 만족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당연한 사실을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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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노력했던 그 시간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베이킹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해짐과 동시에 한없이 겸손해졌다. 베이킹을 더이상 쉽게보지 못했다. 드디어 나는 오픈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마냥 기뻤다.


그렇게 난 5월 19일. 목표를 이뤘다.

벤의서재 오픈 1일차!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