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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mhell Aug 31. 2023

처음 일을 받은 순간 (리미편)

"회사 프로세스를 익히면서 업무 하는 게 괜찮으세요?

바로 업무에 투입되는 게 괜찮으세요?"



첫 업무를 앞두고 받은 질문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덜 아프다고,

나는 업무에 바로 투입되는 걸 선택했다.

무엇을 먼저 하든 디자인 업무를 맡을 사람은

나뿐이었다.

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하자!


빠르게 시작하면

회사 업무가 더 빠르게 손에 익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 있었다.

그동안 3건 넘는 외주 활동과

1년 동안의 APP 런칭 프로젝트,

모바일 서비스 공모전 수상,

그리고 인턴으로 앱 기획도 했었다.


실무와 가까운 일을 해왔으니 이번에도 잘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개발자와 협업을 해보지 않았기에 구현에 대한 설계가 부족한 UI디자인은 실무에 먹히지 않았다.

A를 해오라고 하면 Z를 해왔고, Z를 했을 땐 A를 했어야 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회사 프로세스가 아닌

개발자와 협업하는 프로세스였다. (디테일한 화면구성, 실제 사용에서 발생하는 여러 케이스 대비 등등)

그리고 그 업무의 스콥(범위)을 예측하고 일정을 짤 수 있어야 했다.



나에게 들어오는 피드백은

기능의 범위가 너무 넓고, 실제 개발하기엔 디테일이 없다.. 였다.

일정 내에 구현하기 어렵게 기능을 설계하고, 빈틈이 생기는 문제가 반복되었다.

스타트업은 하루하루 빠르게 기능이 나와야 한다.

빠른 런칭이 필요하기에 인력이 적은 환경에서

한 번의 실수는 다른 환경보다 큰 타격으로 돌아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 주어진 업무는 rating 기능이었다.

Rating이 무엇인지 검색하는 것부터 나의 일은 시작되었다.

서비스의 평점을 받는 별점과 같은 기능이었다. 우리 서비스는 app과 web을 동시 운영하고 있었다.

서비스의 피드백을 받는 것과 동시에 앱 스토어의 평점을 올리는 것도 필요했다.   

평점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큰 목표보다

해당 기능 자체가 전무하였기 때문에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앱 스토어 평점을 받는 기능은

우선 우리 서비스에서 평점을 받고, 그 고객을 앱 스토어로 이동시켜 피드백을 작성하도록 유도한다.

앱 평점 받기는 iOS, Andriod 폰 기종에 따라 얼마나 자주 고객에게 노출시킬지 정책이 정해져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실제 서비스를 설계해 본 적이 없었기에

iOS와 Andriod의 정책 스타일도 잘 알지 못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정책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주변분들께 물어물어, apple과 Andriod 사이트의 정책 목차를 찾았다.

이젠 하나하나 찾는 일뿐..!



누구에겐 쉬운 일이었겠지만,

나에겐 '사막에서 모래 찾아봐~'

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방이 다 모랜데.. 뭘 찾아야..?’



정책과 동시에 다른 서비스들은 어떻게 별점 시스템을 구현했는지 활용예시도 찾아야 했다.  

해당 기능은 실제 경쟁사를 써본다고 바로 찾을 수 있는 기능이 아니었다.

특정 주기마다 뜨기 때문! (첫 서비스 이용 후, 3달마다, 2주마다, 6개월 마다 등등)


그래서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 미디엄 등등 블로그에 적힌 서비스 분석글을 찾아봤다.

그러다 CTO분께서 한 사이트를 알려주셨다. 해외의 여러 서비스 UI화면을 하나하나 캡처해 둔 사이트!


(그 무료사이트는 사라진 듯.. 보이지 않는다..)

대신 유료 해외 모바일 밴치마크용 사이트는 모빈을 추천!

https://mobbin.com/browse/ios/apps



한국 서비스만 쓰던 나에게 미국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건 문화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낯설었다.

끙끙 앓고 있던 나에게 대표님은 1~10까지의 별점을 매기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그렇다.


별점을 주는 것은 단순이 별 5개로 평가하는 5단계,

2단계 (좋다, 싫다)
3단계 (좋다, 보통, 싫다)

10단계 (1~10점)

심지어는 20단계였던가? 심리검사할 때나 보던 수많은 단계로 쪼개진 형태로 평가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 서비스와 적합하고

효율적인 방향을 선택해야 했다.



뭐가 맞는 걸까?



현재 없던 기능을 넣는 것이기에 최대한 가볍게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이 쉽게 행동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이게 젤 기본이면서 젤 어렵다)

(지금은 사라졌을 그 기능)

단계가 적으면서 좋고, 싫은, 보통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3단계를 선택했다.

그리고 각 단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모지를 활용하여 단계를 설명했다.  


별점은 매우 좋게 준 유저는 앱스토어로 유도하여 앱 평점을 높여야 한다.

그 고객을 제외하고는 별점을 조금이라도 낮게 준 이유를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날뛰는 고객 외에는

문제점을 알려주는 고객은 적다.

그럼에도 매우 좋게 준 유저를 제외하고

평점을 선택하면 피드백을 남길 수 있는 메모기능이 보이도록 설계했다.



이해하기도 어려운 정책과 평가스타일 그 뒤에는

서비스의 설계와 실무에 대해 하나씩 익혀가는 내가 있었다.

어렵고 힘든 건 결국 나를 성장시킨다.



그때 회사에서 종종 농담 아닌 농담으로 이야기한 문구가 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프리드리히 니체-



오늘의 꿀팁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종이와 펜을 준비하자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해야 할 일을 마구 적고,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꾸자 (경쟁사 3개 찾기, 노션에 리서치 정리하기 등)
가장 급한 것부터 하나씩 해치워보자

연습하다보면 종이와 펜 없이도 몸이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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