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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 Aug 09. 2023

여행을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역마살 낀 엄마를 만난 아이들은 어떨까?


   여행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비행기만 봐도, 캐리어 발통 굴려가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지금도 여행의 추억을 먹으며 살고 있다. 캐리어 끌고 우아하게 가는 여행 말고 배낭 메고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여행을 즐겨 다녔다. 나란 사람, 엄청 활발하냐고? 아니다. 난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은 아니다. 소위 놀 줄 모르는 사람, 하지만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늘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어떻게든 휴가를 길게 붙여서 여행을 갔고 돌아오는 길에는 다음번 여행지를 골라 다음번 여행을 준비했다. 그게 삶의 낙이었던 거 같다. 직업상 이직이 조금은 자유롭기도 했지만, 먼 곳으로의 여행을 위해서 이직은 필수였다. 돈의 여유가 있었냐고 물으면 절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여행이란 걸 다닐 형편은 아니었다. 정말 검소하고 소박하게 다녔다. 캐리어를 끌며 우아하게 다니는 여행을 일부러 지양했던 게 아니라 경비의 문제로 선택할 수 없었던 거 같기도 하다. 그냥 삶의 우선순위에 여행이 있었기 때문에 남들 옷사고 맛있는 거 먹을 때 난 배낭 짐을 꾸렸다.


  결혼이란 걸 하고 나서는 비행기 구경만 하고 있다. 비행기를 좋아해서 그런 걸까? 난 비행기랑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다. 혼자 떠났던 시절이 너무나 그립긴 하다. 지금은 딸린 식구가 많아서 도대체 여행이란 게 쉽지 않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매달 조금씩 여행 적금을 들고 있다. 여행 갈 때 경비를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말이다.


  이들과의 일상에서 해외여행은 쉽지 않지만 역마살이 낀 엄마는 쉬는 날 어디라도 나가려고 한다. 대한민국!! 아직 못 가본 곳이 더 많으니까. 코로나 시절 캠핑이라는 것도 시작했다. 주위에선 '아이들 어릴 땐 데리고 다녀도 잘 몰라~~'라고 말하지만 난 생각한다. 일단 내가 돌아다니고 싶으니 내 만족이고, 추억은 남는 거니 아이들이 갔던 곳 이름을 생각하진 못해도 즐거웠던 순간은 기억할 거라고 말이다. 프랑스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을 생각하니, 생뚱맞게도 세느강변 어느 벤치에 앉아서 멍 때렸던 곳이니까.


  김영하 작가님이 알쓸신잡에서 말씀하신 이야기가 생각난다.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셨다. 이게 딱 내 생각이다. "어릴 때 가는 여행.... 애들은 다 잊어버릴 텐데...?"이 질문에 대답하셨다.


"구체적인 기억은 잊어버려도 좋은 감정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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