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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思慕

청록파 시인 조지훈

                











                        사모思慕

                           




                                               청록파 시인  조지훈
 




그대와 마주 앉으면 기인 밤도 짧고나.

희미한 등불 아래턱을 고이고
단 둘이서 나노는 말없는 얘기.
 
나의 안에서 다시 나를 안아 주는 거룩한 광망

그대 모습은

운명보담 아름답고  크고 맑아라.

물들인 나무 잎새 달빛에 젖어
비인 뜰에 귀또리와 함께 자는데

푸른 창가에 귀 기울이고
생각하는 사람 있어 밤은 차고나






조지훈의 시

"사모思慕"는 내면의 감정과 자연의 이미지를 섬세하게 엮어내는 고전적인 청록파 시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사랑하는 이와의 깊은 정서적 유대와 자연을 통한 감정의 반영을 통해 시적 이미지를 풍부하게 구성한다.

첫 번째 구절인 "그대와 마주 앉으면 기인 밤도 짧고나"에서는 '기인 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짧다고 느껴지는 시간을 의미하며, 이는 그대와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빠르게 흐르는지를 나타낸다. 이는 사랑하는 이와의 시간이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짧음을 통해 그 감정의 깊이와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희미한 등불 아래턱을 고이고 / 단 둘이서 나노는 말없는 얘기"에서는 희미한 빛과 말없는 소통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깊은 내적 교감을 표현한다. 여기서 '말없는 얘기'는 비언어적 소통의 가치를 강조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친밀함을 나타내는데, 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시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시의 중심에는 "나의 안에서 다시 나를 안아 주는 거룩한 광망 그대 모습은 / 운명보담 아름답고 크고 맑아라"라는 구절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거룩한 광망'이라는 표현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신성하고 숭고한 감정을 나타내며, 이러한 감정은 운명조차도 능가하는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고 묘사한다. 이는 인간관계의 근원적인 가치와 그 영향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랑이 개인의 운명을 초월하는 힘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들인 나무 잎새 달빛에 젖어 / 비인 뜰에 귀또리와 함께 자는데"라는 구절에서는 자연 이미지를 통해 시적 공간을 확장한다. 여기서 자연은 시인의 감정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사랑의 감정을 자연과 동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달빛에 젖은 나무 잎새와 함께 귀또리가 잠든 장면은 평화롭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는 내면의 평화와 감정의 깊이를 자연을 통해 표현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푸른 창가에 귀 기울이고 / 생각하는 사람 있어 밤은 차고나"라는 구절에서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암시하며, 이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기다림의 감정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밤이'차고나'라는 표현을 통해, 시적 화자는 자신이 느끼는 내적 감정의 서늘함을 밝히며, 이는 사색과 명상을 통해 더 깊이 자신의 감정을 탐구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창가에서 밤의 정취를 느끼며 생각에 잠긴 인물은 고독 속에서도 사모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사랑의 감정이 개인의 내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인간의 깊은 내면적 감정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조지훈은 섬세한 언어의 선택과 함께 자연 이미지를 이용하여 인간의 복잡한 감정 세계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특히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심오한 감정을, 자연과의 조화로운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는 단순한 사랑의 표현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감정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또한,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독자에게 사랑의 순수한 감정을 되새기게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깊이 있게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모'라는 주제는 단순히 그리움을 넘어서서 사랑하는 이와의 영적, 정서적 교감을 통해 얻어지는 심리적 성취와 자기 이해를 추구하게 만든다.

조지훈의 이 시는 청록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로, 자연과 인간 감정 사이의 상호 작용을 통해 감정의 깊이와 복잡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는 독자로 자신의 감정을 성찰하고, 자연과의 깊은 연결을 통해 인간적 경험의 보편적 가치를 이해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점에서 조지훈의 시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니며, 감정의 섬세함과 인간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학적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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