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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2. 2024

바람의 속삭임

청람 김왕식






                   바람의 속삭임



앙상한 나뭇가지에 바람이 불어온다.

얼핏 보면,

바람은 그저 무심히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바람은

마치 나목을 따뜻하게 감싸는 이불과 같다.

바람의 속삭임 속에는

나목을 지켜주는 포근함이 담겨 있다.

 흔히 바람을 차갑고 거칠게만 여긴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속에 담긴 따뜻함과 고요를 놓치곤 한다. 사람들은 바람의 거친 소리에만 주의를 기울이느라, 나목이 느끼는 따스함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바람을 차가운 존재로만 여기며, 그 안에 숨겨진 자연의 사려 깊음을 외면하고 만다.

나무는 그 자리에 조용히 서서 말을 하지 않는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스치며 속삭임만 남기고 떠난다. 그런데도 인간의 마음은 바람의 속삭임을 듣지 못하고 귀를 닫아버린다. 자연의 손길을 비뚤어진 눈으로 바라보며, 생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외면하고 만다. 그렇게 사람들은 계절의 흐름을 오해하며 살아간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는 따스함을 나누지만, 인간은 그저 찬바람에 움츠러든다. 바람의 포근함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서로의 마음을 아무리 내밀어도 돌아오는 건 여전히 침묵뿐이다. 자연이 들려주는 생명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마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고요 속에 머물러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날, 잠시 멈춰 서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나뭇가지가 느끼는 따뜻함을 이해할 수 있다면, 자연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바람이 남겨준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면, 마음도 조금 더 따스해진다. 침묵 속에 담긴 자연의 이야기를 느끼며, 더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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