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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3. 2024

한연희 시인의 시 '영영 永永'을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영영 永永



                              시인 한연희





누구의 명을 받아  

한 번뿐인 인생  

엄마이길 흠모했던가  


무엇에 홀렸기에  

벗어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두렵지만  

마땅한 일이기에  

저벅저벅 가지 않았던가  


진진하게 누려왔던  

촘촘한 동행을  

어찌 잊겠는가  


다만 엄마여서  

붉던 가슴  

하얗게 타버린 것 아니겠는가  


너무 아픈 건 사랑이 아니었다  노래하지만  

아프지 않은 사랑 어디 있으랴  


그가 그리 하였기에  

보고 배운 게 그뿐이어서  

나 또한 어쩌지 못하는구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연희 시인의 시 '영영 永永'을

평하다.




한연희 시인의 시 '영영 永永'은 엄마라는 존재와 그로 인해 겪은 삶의 여러 가지 감정과 경험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시인은 한 개인의 인생을 통해 엄마로서의 삶을 성찰하며, 사랑과 희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아픔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누구의 명을 받아  

한 번뿐인 인생  

엄마이길 흠모했던가"

첫 번째 행에서는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엄마가 되기를 열망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여기서 '명'은 사회적 혹은 문화적 기대를 의미할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엄마가 되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시인은 그 흠모의 시작점을 돌아보고 있다.


"무엇에 홀렸기에  

벗어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두 번째 행은 무엇인가에 이끌려서 지금까지 이르게 된 상황을 회고한다. '홀렸다'는 표현은 자의적이지 않은 강력한 매력을 의미하며, 이는 어쩌면 모성 본능이나 사회적 압력일 수도 있다. 벗어나지 못한 채 여기까지 온 상황을 서술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어조가 나타난다.


"두렵지만  

마땅한 일이기에  

저벅저벅 가지 않았던가"

세 번째 행에서는 두려움 속에서도 '마땅한 일'로 받아들인 엄마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과정을 표현한다. '저벅저벅'은 무거운 발걸음을 의미하며, 이는 인생의 무게와 책임감을 암시한다. 두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진진하게 누려왔던  

촘촘한 동행을  

어찌 잊겠는가"

네 번째 행은 삶의 모든 순간을 깊이 있게 즐기며, 함께한 시간들을 촘촘히 기록해 온 기억을 이야기한다. '진진하게'와 '촘촘한'이라는 표현은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꼼꼼히 기억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기억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만 엄마여서  

붉던 가슴  

하얗게 타버린 것 아니겠는가"

다섯 번째 행에서는 엄마로서 겪은 희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붉던 가슴'은 뜨거운 사랑과 열정을 의미하며, '하얗게 타버린 것'은 그 사랑이 모두 소진되었음을 암시한다. 이는 엄마로서의 희생과 그로 인해 남은 상처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너무 아픈 건 사랑이 아니었다 노래하지만  

아프지 않은 사랑 어디 있으랴"

여섯 번째 행에서는 사랑의 아픔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사랑에는 고통이 따름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사랑의 본질을 깊이 있게 통찰한 부분이다.


"그가 그리 하였기에  

보고 배운 게 그뿐이어서  

나 또한 어쩌지 못하는구나"

일곱 번째 행에서는 자신의 행동과 선택이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한다. '그가 그리 하였기에'는 부모의 역할을 그대로 배운 자신을 나타내며, 이는 세대를 통해 전달되는 가치와 행동 양식을 의미한다. 결국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운명을 이야기한다.


한연희 시인의 '영영 永永'은 깊은 감정과 철학적 성찰을 담은 시로, 엄마로서의 삶과 그로 인한 희생,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시는 짧은 구절들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저벅저벅', '붉던 가슴', '하얗게 타버린 것' 등 생생한 표현들은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며, 시인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시인은 이러한 표현들을 통해 독자에게 엄마라는 존재의 무게와 그 속에 담긴 희생을 상기시키며, 사랑의 복잡성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엄마에 대한 찬미가 아니라, 사랑과 희생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시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한연희 시인의 '영영 永永'은 사랑과 희생의 복잡성을 아름답게 표현한 시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시인은 엄마로서의 삶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탐구하고, 그 속에 담긴 진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는 독자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며, 사랑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한연희 시인의 '영영'은 그 깊이 있는 성찰과 강렬한 표현으로 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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