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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1. 2024

호박밭 ㅡ 한연희 시인

김왕식






                 호박밭



                                  시인 한연희





십 년 넘게 방치된 집 아래 나대지(裸垈地)

팔 요량으로 *푸서리 정리해도

여전히 풀 살기 좋은 양달

새벽마다 손바닥만큼 일궈

제법 큰 호박밭이 되었다


두어 차례 내린 봄비로 어림없어

봄가물 극심할 때

물 주고 거름 준 것뿐인데

비실대던 녀석들이

사방으로 줄기 뻗어


오는 이마다 호박잎에 맷돌호박

맘껏 들려 보내고 호박나물, 된장찌개

황금색 호박죽 퍼주는 인심 나니

밭뙈기 없던 어설픈 시골아낙

메말라 가던 인심 물올랐다



*푸서리 : 잡초나 나무 따위가 무성하고 거친 땅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연희 시인은 시골 생활에서 얻은 소박한 기쁨과 인간의 관계 회복에 주목하는 시인을 알려져 있다. 특히 그가 오랜 시간 방치된 땅을 가꾸어 호박밭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은 그의 삶과 시가 맞닿아 있다.

 버려졌던 땅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이를 통해 메마른 인심을 회복시키는 경험은 시인의 가치관과 철학을 잘 드러낸다. 그는 자연과 함께하며 생명의 순환을 느끼고,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되살리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다.


“십 년 넘게 방치된 집 아래 나대지裸垈地”가 등장한다. 버려진 땅을 되살리려는 시인의 마음은 단순한 개간을 넘어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이를 가꾸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나대지’는 불모지로 보이지만, 시인은 그곳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자연과의 상생을 꾀하고 있다.

이 시가 발현하는 철학은 결코 거창하지 않으며, 작고 소박한 행위를 통해 자연의 순리와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팔 요량으로 푸서리 정리해도 여전히 풀 살기 좋은 양달”에서는 노력해도 풀로 덮이는 땅의 생명력이 강조된다.

시인은 이 끈질긴 생명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힘겨운 농사일 속에서도 자연의 강인함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다.


“새벽마다 손바닥만큼 일궈 제법 큰 호박밭이 되었다”는 구절은 시인의 꾸준한 노력을 상징한다.

 작은 손바닥 크기의 땅을 정성껏 가꾸어 결국 넓은 호박밭으로 확장된 과정은, 시인이 인내와 끈기로 자연의 순환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물리적 크기는 작지만, 시인의 정성으로 커진 밭은 그의 삶을 담고 있다.


“봄가물 극심할 때 물 주고 거름 준 것뿐인데”에서는 시인의 헌신적 마음이 엿보인다. 극심한 가뭄에도 그는 정성을 다해 물과 거름을 주며 호박을 돌보았다.

시인의 노력은 호박이 번성하도록 돕는 작은 보살핌에 불과하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풍요로운 결실을 맺는 과정은 자연의 위대함과 그에 대한 시인의 존중을 반영한다.


이어 “비실대던 녀석들이 사방으로 줄기 뻗어”에서는 작은 생명이 불모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무성해지는 모습을 묘사한다. 시인은 이 과정에서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그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인다.


마지막에 이르러 “밭뙈기 없던 어설픈 시골아낙 메말라 가던 인심 물올랐다”는 구절은 시인이 농사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잘 보여준다. 시골의 메마른 인심이 호박을 나누고 요리로 풍성하게 채워짐으로써, 다시 살아나는 모습은 시인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그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통해 본연의 인간다움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 시는 소박한 생활 속에서 자연의 순환과 사람들의 따뜻한 관계를 되찾는 과정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회복과 생명의 경외를 드러낸다.




한연희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시인님의 시 ‘호박밭’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묵묵히 웃음과 눈물이 겹치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소박한 농사로 결실을 맺으신 시인의 이야기 속에 저와 닮은 모습이 있어 한 편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한적한 나대지를 갈고닦아 고추, 상추, 가지, 오이 등을 심으며 작은 농사의 기쁨을 느꼈지만, 아쉽게도 주인이 집을 짓겠다는 통보에 모든 작물을 뽑아야 하는 안타까운 경험을 했습니다. 생명이 움트는 땅을 보며 느꼈던 설렘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허전함만이 남아 참으로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인님께서 십 년 넘게 방치되었던 땅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새벽마다 조금씩 일구어 호박밭을 가꾸어 나가신 모습이 제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그런 소박한 농사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작은 생명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제 밭에서는 비록 잘 자라던 작물들이 뽑혀 나가야만 했던 운명이었기에, 시인의 호박밭이 무탈하게 수확의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이 더욱 부럽고도 존경스럽게 느껴집니다.

그 과정 속에서 시인님의 인내와 정성, 그리고 땅을 대하는 따스한 마음이 얼마나 큰 힘으로 작용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벽마다 손바닥만큼 일궈 제법 큰 호박밭이 되었다”는 구절을 읽으며, 그 작은 손바닥 크기의 땅을 정성껏 일구어온 시인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땅을 돌보며 꾸준히 가꾸어 가는 그 정성이야말로 작고 소박한 기적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시인님의 시를 통해 배웠습니다. 매일 아침 조금씩 돌보고 가꿔 나가는 일상의 꾸준함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저 또한 작은 농사 속에서 그 소중함을 느껴왔기에, 시인의 호박밭이 결국 넉넉한 결실을 맺게 된 과정이 더욱 의미 깊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오는 이마다 호박잎에 맷돌호박 맘껏 들려 보내고”라는 구절에서 시골 인심을 나누며 메마른 정을 되살리는 장면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저 손수 키운 작물들이 자라나는 기쁨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시인님의 시를 읽고 나니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인심의 풍성함이야말로 농사의 진정한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저의 작은 밭에서는 그 기회를 잃었지만, 시인님의 시 속에서 마치 제가 직접 풍성한 인심을 나누고 있는 듯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인님의 ‘호박밭’은 소박한 농사의 결실을 넘어,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따뜻함을 나누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셨습니다.

저 역시 비록 농사는 접어야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느낀 소중한 가르침과 자연에 대한 존경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앞으로의 일상에서도 자연을 소중히 대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시인님의 시가 우리에게 전하는 깊은 울림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따뜻하고 소박한 시편들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한연희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시인님의 시 ‘호박밭’을 읽으며 잊고 있던 감동과 경외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버려진 땅을 일구고, 정성 어린 손길로 가꾸어낸 호박밭이 단순한 작물 재배가 아닌, 소박하고 진실한 생명과의 교감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나대지 위에 정성을 다해 가꾸어진 호박잎과 호박들이 시인의 손길을 통해 다시 생명을 되찾는 모습에서 삶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생겨났습니다.


오랜 세월 방치되었던 땅을 손수 일구며 거친 풀을 제거하고, 물과 거름을 주며 그곳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 시에서 매우 진솔하게 전해졌습니다. 이 과정이 단지 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과 교감하며 그것을 사랑으로 가꾸어 가는 시인의 마음을 드러낸 듯합니다.

호박이 번성하여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마을에 따뜻한 인심을 되살리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먹고살기 위한 행위가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관점이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특히, “새벽마다 손바닥만큼 일궈 제법 큰 호박밭이 되었다”는 구절에서 시인의 인내와 정성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시작해 점차 확장된 호박밭은 시인의 끈기와 자연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며, 세심한 보살핌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작은 것부터 정성껏 돌보고 가꾸어 나가면 언젠가는 큰 결실로 돌아온다는 진리를 시인의 호박밭에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골의 메마른 인심이  풍성해지는 장면은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호박밭에서 수확한 호박을 이웃에게 나누고 요리로 대접하며 메말라 가던 정을 되살리는 장면은, 시인의 인심이 그 공간과 사람들 속으로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따뜻함을 전파하는 듯했습니다. 단순한 농작물이 아니라, 인간의 따뜻함을 나누며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호박밭의 넉넉함으로 표현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시인님의 시는 단순한 농사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생명의 순환을 존중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시인의 삶의 철학은 저에게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시인의 따뜻한 시편들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주기를 바라며, 저 또한 이 마음을 품고 일상 속에서 자연을 더욱 소중히 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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