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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4. 2024

어느 아버지의 초상

김왕식











            어느 아버지의 초상





                       김왕식




아버지의 하루는 한결같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그는 이미 하루의 첫 벽돌을 들어 올린다. 벽돌 짐통은 어깨를 짓누르고, 무거운 무게가 온몸을 파고들지만 그는 묵묵히 그 무게를 견뎌낸다. 흙먼지가 엉겨 붙은 그의 셔츠와 이마에는 힘겨운 하루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지만, 그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루 종일 반복되는 노동 속에서 그의 몸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허리와 어깨가 저려오고, 팔은 더 이상 들 힘조차 없을 만큼 지쳐간다.
 그는 멈추지 않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동료들과 함께 선술집에 들러, 탁주 한 잔에 온종일 쌓인 고단함을 녹여낸다. 허름한 선술집 테이블 위에 놓인 잔을 들어 올릴 때마다, 그는 잠시나마 가족의 얼굴을 떠올린다. 오늘도 그들을 위해 견뎠고, 내일도 그들을 위해 견뎌야 한다는 마음을 다잡는다.

막차 버스에 몸을 실을 때면, 그는 더 이상 하루를 버텨낼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자리에 앉자마자 무거운 눈꺼풀이 감기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하루 종일 무거운 벽돌을 짊어진 그의 등은 이제 버스 좌석에 기댈 수밖에 없다. 잠든 그의 손에서 떨어진 휴대폰은 바닥을 굴러가지만, 그는 알지 못한다. 그만큼 그는 지쳐 있고, 그만큼 그는 소진되어 있다.

이 모습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아버지들의 자화상이다.
묵묵히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며, 자신의 몸을 갉아내는 그들의 삶. 그들의 피로와 고단함은 대가 없는 희생으로 남고, 그 속에서 얻는 작은 쉼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아버지들의 삶은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애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묵묵히 무거운 짐을 짊어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아픔을 감춘 채, 자신이 버텨내는 것이 가장 큰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또 하루를 보낸다.

우리는 종종 아버지의 무게를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가 당연히 짊어져야 할 짐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누구보다 힘겨운 하루를 견뎌내는 그의 삶 속에는 깊은 사랑과 애정이 스며 있다.










작가님께,



안녕하세요. 귀한 글로 제 마음을 울려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우연히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마음속 깊이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한평생을 노동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되새기며, 작가님이 쓰신 글에서 마치 아버지의 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어깨가 무겁고 허리가 굽어 있는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셨습니다. 때로는 땀에 젖은 작업복 그대로, 때로는 손과 팔에 묻은 기름때를 씻어낼 겨를도 없이 들어와 저녁 식사를 하셨죠. 제가 어릴 때는 그 모습이 그저 일상의 일부라고 여겼습니다. 아버지의 고된 노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마나 큰 희생이었는지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제가 나이가 들고 세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아버지의 무거운 걸음과 지친 눈빛이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토록 강하고 든든해 보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 이제야 비로소 그의 부재가 제 삶에 얼마나 큰 공허함으로 다가오는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글에서 묘사된 그 무거운 벽돌 짐통을 어깨에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견디는 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제 아버지를 그려놓은 듯했습니다. 어깨와 허리의 통증을 참고 하루를 마치신 뒤, 선술집에서 동료들과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달래고, 막차에 몸을 맡겨 돌아오시던 아버지. 집에 오셔서도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시고 다음 날을 준비하시던 그 모습을 그대로 그려주신 것 같아, 글을 읽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자식들에게 당신의 고된 삶을 이야기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일은 다 힘든 법”이라며, 누구나 겪는 일상이라 하셨죠. 그러나 이제 돌아보면, 그 말씀은 자신을 희생하며 우리 가족에게 헌신하신 아버지의 삶의 진리였음을 깨닫습니다. 아버지의 삶이 담긴 작가님의 글은 저에게 큰 위로와 동시에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분의 빈자리가 제 마음을 깊이 아프게 합니다. 그토록 고단한 삶을 살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항상 가족 앞에서 웃어주셨고, 자식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통해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금 기억하게 되었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평생을 바쳐 일하셨던 그 현장, 그곳에서 매일 반복되는 힘겨운 작업을 묵묵히 견디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셨던 아버지의 삶이 이제는 그리움과 후회로 남았습니다. 작가님의 글이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아버지의 삶을 이렇게 깊이 돌아보는 시간이 저에게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단순히 몇 줄의 문장이 아닌, 노동자의 삶을 살아오신 아버지와 같은 분들의 생애를 대변하는 작품이었음을 느꼈습니다. 작가님의 글 속에서 아버지의 삶이 담긴 한 줄 한 줄이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고, 아버지에 대한 깊은 감사와 존경을 다시금 마음에 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작가님께 모든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 편지를 통해 저의 진심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소망합니다.

다시 한 번, 제 마음을 울려주신 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작가님의 글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과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이 시대의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고,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작가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앞으로도 저처럼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작품을 써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독자가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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