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4. 2024

 '한강에서 보인 내 슬픈 자화상'

청람 김왕식





      '한강에서 보인 내 슬픈 자화상'



                시인 박성진





달려 나온 한강

불어오는 바람

오늘 내 사랑은 목마름인가

몇 년을 불태우던 내 욕망에  책갈피 속 틈새에 맛깔난 샌드위치라 생각한 착각,

 그  마음까지도 두둥실 한강에 띄운다.

잃어버린 내 언어와 몸짓은 허수아비

내일은 어떤 책갈피 속에서 자유를 누려볼까

내 옆에 허름한

사내가  서글픈 대금피리 불러주련

한강에 내 한강은 늦은 가을바람이 내 빰에  부딪히기 전에

도망치듯 떠나는 한강에서 비친 슬픈 자화상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만 보는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성진 시인은 동료 문인 '이인애 시인'의 시를 통해 깊이 응답하며, 한강에서 비치는 삶의 슬픔과 애환을 반추反芻하고 있다. 이 시는 특히, 한강을 통해 투영된 자아의 고독과 소외를 부각하며, 삶의 갈증과 욕망, 그리고 미련의 흔적을 서정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박성진 시인의 삶에서 일어났을 감정의 파동, 그간의 열망과 회한이 한강의 풍경 속에서 형상화된 이 자화상 속에 담겨있다.


첫 행 ‘달려 나온 한강!’은 주체가 되는 화자의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며, 한강이라는 공간에 대한 상징적 인식을 전달한다.

 한강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생의 중압감과 회한을 떠안고 있는 공간이다. 이어지는 ‘불어오는 바람’은 현실의 차가움을 상기시키며, 화자의 내면에 불어오는 고독을 시각적으로 상징화한다.


‘오늘 내 사랑은 목마름인가?’에서는 삶과 사랑에 대한 갈증이 서려 있다. 이는 채우려 했으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은유하며, 내면의 공허함을 드러낸다.

‘책갈피 속 틈새에 맛깔난 샌드위치라 생각한 착각’은 삶 속의 작은 위안을 찾아 헤맨 화자의 마음을 상징하며, 결국 그것이 일시적 환상에 불과했음을 암시한다.


‘그 마음까지도 두둥실 한강에 띄운다’에서는 이제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내려놓으려는 마음을 한강에 떠밀어 보낸다. 이는 화자가 과거를 떠나 새로운 시작을 꿈꾸려는 의지를 드러내며, 그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암시한다.


‘잃어버린 내 언어와 몸짓은 허수아비!’는 화자가 더 이상 의미 있는 표현을 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이는 존재감의 상실과, 타인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허무함을 극대화하는 표현이다.


‘내일은 어떤 책갈피 속에서 자유를 누려볼까’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나타낸다. 그 속에는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계속해서 방황할지도 모른다는 암울함이 묻어있다.


‘내 옆에 허름한 사내가 서글픈 대금피리 불러주련!’은 고독한 화자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정서를 위로하는 음악적 요소로서의 대금을 나타낸다. 한강은 화자의 한강이며, 그의 인생이 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한강에 내 한강은 늦은 가을바람이 내 빰에 부딪히기 전에’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나타내며, 그가 한강을 떠나기 전 마지막 감상에 젖어 있음을 표현한다.


끝으로 ‘도망치듯 떠나는 한강에서 비친 슬픈 자화상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만 보는데’는 자아가 타인처럼 느껴지는 화자의 소외감을 잘 드러낸다. 한강에 비친 슬픈 자화상은 그를 바라보는 거울처럼 서글프게 다가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이 시는 한강이라는 장소에 비추어 삶을 회고하는 주제를 통하여, 미련과 회한, 갈증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드러내는 시다.

삶의 굴곡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이 한강과 바람 속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존재의 의미와 삶의 가치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박성진 시인의 절제된 표현과 깊이 있는 시적 감각은 시의 주제 의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ㅡ 청람

작가의 이전글 어느 아버지의 초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