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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9. 2024

가을에 서서 ㅡ 정순영 시인

김왕식





                가을에 서서



                               시인 정순영





낙엽이
빙그르르

떨어진다

인생도
빙그르르

떨어진다

가던 길을 잠시 서서
하늘로 가는
선한 길이 어디인가를
생각하자

나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면
선한 길이
들리고 보인다

그러면
내 안에
파란 하늘이 고인다

가을에 잠시 서서
생각하고
하늘이 알아주는
선한 길을 가자




<정순영시인 약력>
하동출생. 1974년 <풀과 별> 추천완료. 시집; “시는 꽃인가”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조선 징소리” “사랑” 외 7권. 부산시인협회 회장, 한국자유문인협회 회장, 국제 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등 역임. 부산문학상, 한국시학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한국문예대상, 외 다수 수상. <4인 시> <셋> 동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순영 시인은 경남 하동에서 나고 자라 자연과 인간 삶의 본질을 조화롭게 노래하는 시인이다.
그의 삶은 자연 속에서 성찰과 깨달음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채워져 있으며, 이는 그의 시 세계 전반에 깃들어 있다.
이 시에서도 낙엽을 통해 인생의 유한함과 그 속에서 올바른 길을 모색하는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러한 철학은 단순한 구도적 사유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들에게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낙엽이
빙그르르

떨어진다"

낙엽의 떨어짐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인생의 종착점을 은유한다. ‘빙그르르’라는 의성어는 낙엽이 떨어지는 가벼움과 아름다움을 묘사하며, ‘뚝’은 그 끝의 단호함을 표현한다. 이는 자연의 한 순간 속에서 삶의 유한함을 섬세하게 포착한 것이다.

"인생도
빙그르르

떨어진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동일선상에 놓으며, 낙엽의 소멸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을 직시한다. 같은 어휘의 반복은 자연과 인생의 본질적 연결을 강화하며, 인생의 덧없음과 동시에 그 과정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가던 길을 잠시 서서
하늘로 가는
선한 길이 어디인가를
 생각하자"

'잠시 멈춤'은 일상 속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하늘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 구원과 도덕적 방향성을 상징한다. 선한 길을 찾으려는 제안은 독자들에게 삶의 목적을 재고하게 한다.

"나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면
선한 길이
들리고 보인다"

자기 비움의 과정은 시인이 말하는 깨달음의 필수 조건이다. ‘나를 내려놓고’라는 구절은 이기적 욕망을 버리는 행위를 뜻하며, ‘마음을 비우면’은 본질에 가까워지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러한 깨달음은 삶의 방향성을 찾는 과정과 연결된다.

"그러면
내 안에
파란 하늘이 고인다"


화자의 내면에 고이는 '파란 하늘'은 깨끗하고 평화로운 상태를 상징한다. 이는 마음을 비움으로써 얻게 되는 내적 평온과 조화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내면이 합일되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가을에 잠시 서서
생각하고
하늘이 알아주는
선한 길을 가자"

마지막 연은 독자들에게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실천을 제안한다. '하늘이 알아주는 선한 길'은 단순히 도덕적 삶에 그치지 않고,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시의 마무리는 삶에 대한 긍정적 확신과 희망으로 이어진다.

정순영 시인의 '가을에 서서'는 단순한 가을 풍경을 넘어, 삶의 유한성과 올바른 방향성을 탐구하는 철학적 깊이를 지닌 작품이다.
 낙엽의 이미지는 인생의 순환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자연과 인간이 공유하는 본질적 가치를 드러낸다. 단순하고 명확한 언어는 독자들로 쉽게 공감하게 하며, 반복적인 구조는 메시지의 강조와 운율감을 더한다.

이 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비움’을 통해 ‘선한 길’을 찾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가르침을 넘어, 현대인이 잃어버린 내적 평온과 도덕적 방향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시인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을 발견하며, 이를 통해 삶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그의 시는 독자들에게 존재의 본질과 올바른 삶의 길을 되묻게 하는 힘을 지닌다.
'가을에 서서'는 단순히 계절의 노래가 아닌, 삶의 철학적 성찰로서 읽힌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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