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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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 타는 파리
시인 청강 허태기
나비 한 마리
외줄 위에서 춤을 춘다
장구 소리 꽹과리 소리 나팔 소리 하늘 건너고
장단 맞춰 한 발 한 발
아슬아슬 가슴 조이는
줄을 타고
사이사이 해학諧謔 실은
말재주에 박수가 쏟아진다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미술관의
푸른 잔디 광장
먼 한국에서 날아온
한 마리의 광대나비
외줄 위로 덩실덩실 춤추며
파리지앙의 혼을 빼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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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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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기 시인은 평생을 예술적 탐구와 감성적 세계관의 확장에 몰두해 왔다. 그의 시는 한국적 정서를 전통적 매개체와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이번 시 "외줄 타는 파리"는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바탕으로 프랑스 파리의 광장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한국의 전통적 외줄 타기를 예술적 상징으로 담아낸 시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독창적으로 표현하고, 동서양의 조화를 시각적 이미지와 정서로 연결시킨다.
“나비 한 마리
외줄 위에서 춤을 춘다”
외줄 타는 나비는 단순한 곡예사가 아니라 시인의 분신이다. 이 나비는 경쾌하면서도 섬세한 움직임으로 줄 위에서 춤을 추며 예술의 균형과 조화를 상징한다. 나비라는 상징은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그 안의 강렬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장구 소리 꽹과리 소리 나팔 소리 하늘 건너고”
장단의 소리는 한국 전통의 혼이다. 시인은 소리의 이미지를 통해 한반도의 리듬을 유럽의 하늘까지 울려 퍼지게 한다. 이 장단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문화적 유대와 예술적 정체성을 전달하는 매개체다.
“장단 맞춰 한 발 한 발
아슬아슬 가슴 조이는
줄을 타고”
외줄 위에서의 긴장감은 예술 창작의 과정, 혹은 삶 그 자체를 은유한다. 시인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에서 창작자의 두려움과 희열을 담아낸다. 이는 독자에게 감각적 공감을 일으킨다.
“사이사이 해학 실은
말재주에 박수가 쏟아진다”
해학諧謔은 한국 예술의 중요한 정서다. 시인은 외줄 타기의 동작 속에서 해학과 말재주를 혼합하며, 단순한 곡예를 초월한 인간적 매력을 묘사한다. 이는 문화적 소통의 힘을 보여준다.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미술관의
푸른 잔디 광장”
세계적 예술 중심지인 루이뷔통 미술관은 시적 배경으로, 한국 예술이 세계 무대에서 빛나는 순간을 상징한다. 시인은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한국적 전통과 서양의 현대적 환경을 결합시킨다.
“먼 한국에서 날아온
한 마리의 광대나비”
광대나비는 한국적 정서를 담은 메타포로, 외줄 위에서 춤추며 세계인을 매혹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시인의 자부심과 한국 문화에 대한 헌사를 나타낸다.
“외줄 위로 덩실덩실 춤추며 파리지앙의 혼을 빼앗는다”
춤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예술적 경계를 초월해 영혼을 사로잡는 행위로 묘사된다. 이는 한국 전통이 가진 힘과 매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외줄 타는 파리"는 허태기 시인이 가진 예술적 정체성과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세계적 무대에서 펼쳐 보인 시다. 나비와 외줄이라는 상징은 예술적 긴장과 조화의 상징으로 기능하며, 시의 모든 요소는 조화롭게 유기적 흐름을 이룬다.
특히, 전통적 이미지와 세계적 공간의 결합은 한국 예술의 현대적 재해석을 가능케 했다. 시인의 섬세한 언어와 강렬한 상징은 독자로 하여금 낯선 곳에서도 한국의 혼을 느끼게 한다.
이는 단순한 예술적 묘사를 넘어, 한국의 정체성과 그 가능성을 담아낸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감각과 표현의 집약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