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Santiago, 잊힌 나를 찾아가는 길'
김상국 교수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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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국 교수의 'Why Santiago, 잊힌 나를 찾아가는 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상국 세종대 명예 교수의 삶의 가치철학은 ‘Why Santiago, 잊힌 나를 찾아가는 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발길이 닿는 대로 펼쳐진 순례길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통찰의 기록이다.
그가 걸었던 800km의 길은 단순한 물리적 여정이 아니라 존재와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유의 길이었다. 그는 이 길 위에서 자신을 비우고, 타인을 받아들이며, 삶의 본질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책에서 중심을 이루는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시스템 1’과 ‘시스템 2’ 이론은 단순히 순례길의 경험을 설명하는 틀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성의 복잡한 이중성을 바라보는 창이다. 순례길에서 경험한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는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본능적 자아(시스템 1)와 깊이 사고하고 성찰하는 이성적 자아(시스템 2) 사이에서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 과정은 걷는 자에게만 허락된 축복처럼 다가온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카이로스와 크로노스의 시간 개념은 순례길 위에서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양적으로는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걸었는가로 기록될 수 있지만, 질적으로는 그 하루가 얼마나 풍요로운 의미로 채워졌는지가 중요하다.
김상국 교수는 시간의 질적 가치에 주목하며, 삶의 순간순간이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오게 한다. 순례길은 단순한 이동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고 자신을 잊어버린 곳에서 다시 찾는 시간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긍정심리학의 이론들을 순례길의 경험과 조화롭게 연결시키며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상의 길’이라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명성은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 길 위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연의 풍경은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그의 생각과 연결되고, 그의 삶의 가치로 스며든다. 그는 자연 속에서 인간이 가장 본질적으로 돌아가야 할 자리, 즉 ‘잊힌 나’를 발견한다.
이 책은 기행문이지만, 동시에 기행문을 초월한다. 흔히 읽히는 여행 에세이와는 달리, 김상국 교수의 글은 순례의 길을 통해 삶을 성찰하는 철학적 여정이다. 그가 걸었던 길 위에는 자연스럽게 쌓인 발자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 비움과 채움, 시간과 영원의 문제가 함께 새겨져 있다.
그는 걷는 과정에서 자신을 내려놓으면서도, 그 안에서 다시금 새로운 나를 채우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단순히 순례길을 걷는 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삶의 다른 차원을 깨닫게 한다.
순례길에서의 사색과 사유는 그가 세상과 교통하는 방법이었다. 김상국 교수는 자연의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안에서 삶의 본질을 찾았다.
그것은 단순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의 깨달음이었다. 삶이란 고요한 명상의 길과 같아서, 자신을 비우는 순간 오히려 채움이 시작된다는 진리를 그는 산티아고 길 위에서 발견했다.
그가 이 책에서 보여준 삶의 가치철학은 단순히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외적인 요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라는 초대장과 같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삶의 질적 변화를 위한 지침을 제시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본질로 돌아가게 만든다.
결국, 김상국 교수의 삶의 철학은 그의 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는 걷는 행위 속에서 명상을 발견했고, 비움 속에서 채움을, 내려놓음 속에서 자유를, 그리고 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했다. 그의 순례길은 단순한 800km의 여정이 아니라, 삶의 진리를 찾아가는 한 편의 시였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