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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다운 어른

김왕식











어른다운 어른






요즘 사람들은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고 한탄한다. 과연 어른다운 어른이란 무엇일까? 어른이란 단어 자체가 무겁게 느껴지는 시대다. 누구나 나이는 먹지만, 그 나이가 곧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른다움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잃어버린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어린이다운 어린이, 젊은이다운 젊은이를 찾기 힘들다는 말도 있다. 결국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말은, '자기 다운 자신'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어른이란 단순히 나이로 정의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타인에게 책임을 지며,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주는 사람이 아닐까?
공자도 ‘정명正名’ 사상을 통해 각자에게 어울리는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 것을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 '자기다움'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직장인다운 직장인’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리는 것처럼 말이다.

현대인은 어른이 되기를 두려워한다. 아니, 어른이 되는 방법을 모른다. 오히려 ‘어른 코스프레’에 익숙해져 버렸다. 겉으로는 근엄하고 단단해 보이지만, 속은 불안과 공허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브랜드 옷을 걸쳐도 자존감은 한 푼도 오르지 않는 것처럼,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어른다움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 다큐 영화 어른 김장하는 어른다움의 본질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온 인물이다. 보여주기식 선행이 아닌, 진심으로 남을 위한 행동을 실천한 그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요즘 세상은 조용한 선행보다는 화려한 이미지 메이킹이 더 주목받는다. SNS 속에는 ‘착한 어른’ 코스프레를 한 이들이 넘쳐난다. 기부를 하면 인증숏을 올리고, 봉사를 하면 해시태그를 단다. 선행도 콘텐츠가 되고, 인간관계도 전략이 되는 시대다. 이쯤 되면 어른이란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서부터가 연출인지조차 헷갈린다. 그런 의미에서 김장하의 삶은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그는 보여주기 위한 어른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자신을 지키며 살아온 어른이었다.

어른다움이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약속을 지키고, 잘못했을 때 사과할 줄 알고, 약자를 배려하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그런 삶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자연스럽게 살아내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거창한 어른상을 꿈꾸다 보니, 작은 실천조차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 하나조차 망설이는 우리는 과연 어른이라 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어른은 ‘무한도전無限挑戰’이 아닌 ‘무한방관無限傍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문제에는 “나라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무관심하고, 타인의 고통에는 “내 일도 아닌데”라며 외면한다.
그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구호 아래,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차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그런데도 ‘어른’이라는 이름은 거저 얻으려 한다. 마치 월세는 내기 싫고 전세는 비싸니, 로또 당첨이나 기다리는 심정이다.

진짜 어른은 로또 같은 존재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매일의 작은 선택과 실천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다움은 ‘대단함’이 아니라 ‘사소些少함’ 속에 숨어 있다. 쓰레기를 줍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불편한 진실 앞에 침묵하지 않는 작은 용기. 그것이 쌓여 진정한 어른을 만든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인가? 아니, 나는 과연 나다운 삶을 살고 있는가? 어쩌면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되기 싫었던 것은 아닐까?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의 모습에 지쳐, 그저 책임 없는 편안함 속에 머무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른, 김장하는 우리에게 말한다.
“어른이란,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제는 더 이상 어른을 찾지 말고, 각자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 할 때다. 가면을 벗고, 본연의 모습으로, 작은 실천으로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어린이도, 젊은이도, 나아가 사회 전체가 건강해진다.

진정한 어른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당신 안에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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