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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우리의 적이다. 마셔서 없애버리자

김왕식






술은 우리의 적이다. 마셔서 없애버리자





김왕식







인사동 어느 주점에 붙은 글귀가 눈길을 끈다.

“술은 우리의 적이다.
마셔서 없애버리자.”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위트와 유머가 그곳을 찾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이 글귀는 단순한 농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상에 녹아든 철학과 유쾌한 사고방식이 담겨 있다. 글귀를 통해 주점 주인장의 개성과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우선, 이 글귀의 매력은 그 자체로 모순적인 표현에서 비롯된다. "적"이라 표현된 술을 "마셔서 없애버리자"는 역설적 메시지가 독자의 웃음을 유발한다. 적을 물리치는 방식이 마시는 행위라는 점에서 단순한 유희를 넘어 유머러스한 통찰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술을 권하는 문구가 아니라, 적으로 규정된 대상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려는 긍정적인 사고를 담고 있다. 마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또한, 이 글귀에는 주점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이 녹아 있다. 주점은 술과 함께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다. 술이 단순히 취기를 위한 도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교류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매개체가 된다. 따라서 "술은 적이다"라는 선언은 그 자체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어지는 "마셔서 없애버리자"는 제안은 주점의 본질적인 역할을 암묵적으로 상기시킨다. 이는 단순히 술을 소비하라는 권유가 아니라, 술을 통해 관계와 순간의 즐거움을 나누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이 글귀를 붙인 주인장의 성격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위트 넘치는 문장을 고른 것을 보아 그는 아마도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일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공간을 찾은 손님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제공하려는 배려도 엿보인다. 손님들은 이 짧은 문구 하나에 미소를 짓고, 자연스럽게 그 공간에 호감을 느끼며 머물게 될 것이다. 글귀 속의 유머는 단순한 농담을 넘어,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글귀가 붙은 장소가 하필 인사동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인사동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예술적 감각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인사동에서 이 글귀는 단순히 술을 권하는 문구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인사동을 찾는 다양한 이들에게 이 문장은 낯선 주점에서의 첫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가 글귀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옆 사람과 공감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진다.

결국, 이 짧은 글귀는 단순한 유머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일상의 작은 여유와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때로 적대적으로 여기는 대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이때 주점의 글귀처럼, 문제를 유머와 긍정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우리에게 유쾌한 해법을 제안한다.

술이라는 주제를 통해 그 속에 담긴 철학과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힘. 이 글귀는 단순한 농담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인사동의 주점은 단순히 술을 파는 곳을 넘어, 사람들의 삶에 작은 미소와 사색을 선물하는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술은 우리의 적이다. 마셔서 없애버리자." 짧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이 문장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하루를 환하게 밝히고 있을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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