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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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문고리 하나가
오래된 나무문에 달려
집 안의 모든 시간을
손끝으로 견디고 있었다.
사람들은 늘 문고리를 잡고
나갔다가 돌아왔지만,
문고리는 단 한 번도
그들의 발걸음을
붙잡지 않았다.
손을 대는 순간,
문고리는 먼저
온도를 알아차렸다.
급히 잡힌 날에는
금속이 순간적으로 뜨거웠고,
조용히 감긴 밤에는
문고리의 차가운 숨결이
되돌아온 마음을
잠시 붙들어주었다.
문고리는 열리고 닫히는 순간마다
집 안의 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었다.
웃음이 터져 나온 날에는
문고리도 덜컥 밝아 보였고,
말이 사라진 날에는
금속의 얇은 떨림만
조용히 방을 채웠다.
문고리 아래 칠이 벗겨지고
손때가 둥글게 눌린 자리에는
살아온 날들의 무게가
은근히 스며 있었다.
어느 해 겨울,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문고리를 잡고 나서던 순간,
문고리는 유난히 깊은 소리를 냈다.
닫히지 않으려는 문을
천천히 잡아주는 것처럼
그 작은 금속의 배려가
집 안에 오래 남았다.
지금도 문고리를 잡으면
손바닥 아래
말없이 시간을 견디던
그 금속의 체온이
아주 작게 되살아난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