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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pr 11. 2024

2024년 4월 10일 식도락 음식 일기

밥  위에 한 잎씩 올려먹는 머위김치

시골에 들어와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것들이

제법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야채를 종류별로 심어

제철에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씨를 뿌리고,

뿌리를 심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고될 때도 있지만

적당한 수분과 영양을 제공받으며

아침저녁이 다르게 자라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는 것도

솔솔 한 재미다.


어떤 때는

우리 아이들에게 체험활동이라며

밭으로 데리고 내려가

물 주기와 풀 뽑기를 시켰고

잘 자라서 식탁에 오른 야채를 두고는

'너희들이 물 주고 풀을 뽑아줘서 이렇게 싱싱하게

잘 자라줘서 우리 가족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단다'라며

공헌감을 치켜세워주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은 들어있는

엄마의 속셈을 알아차린 후로는

더 이상 밭으로 가지 않았다.

 


처음 밭을 정리하고 심은 야채가

머위다.

이웃집 할머니가 준 몇 개의

뿌리를 밭 언덕에 심었더니

어느 순간

머위 천지가 되어버렸다.


어린 머위순은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나는데

젓갈을 넣어

머윗잎쌈, 머위 김치와

머위 된장무침, 머위장아찌를 만들어

일 년 내내 먹었다.


초여름이 되면

머위 줄기가 튼실하게 굵어지면

머윗대 장아찌를 만들어

김밥 쌀 때도 넣고

밥반찬으로도 아삭하고 맛있다.


감나무 아래에서 자란

어린 순을 따서

끓는 물에 소금 한 스푼을 넣고

한 번 굴린다는 느낌으로 데쳐내어

찬물에 깨끗이 씻는다.


씻은 후

한 잎씩 정리한 후 물기를 제거하는

이 과정이 참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맛있게 먹을 생각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접시에 머위와 양념을 올려

각자 쌈을 싸 먹어도 맛있지만

잎의 크기가 작으니

나 혼자만 수고하면 되는

머위김치를 담을 수 밖에다.


양념은

멸치젓갈, 생강, 쪽파, 고춧가루, 양파청,

매실청, 통깨, 산초가루(제피가루),

청양고추를 입맛에 맞게 만들어

두 잎마다 양념을 바르면 된다.


김장김치 양념을 넉넉하게

해 두었다가

양념에 멸치젓갈, 산초가루, 쪽파, 청양고추를

다져 넣으면 일손은 줄이고

깊은 맛을 내는 머위김치를 담글 수 있다.

금방 만든 머위김치를

뜨끈한 밥 위에 올려 먹으면

참 맛있다.


특히

맛있게 먹고 있는 딸에게

"넌 어쩜 이런 음식을 잘 먹어?" 물으면

"엄마가 어릴 때부터 먹였잖아. 오래오래 만들어 줘야 해" 한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먹은 음식이라

이맘때가 되면 그립고

찾아서 해 먹는

절기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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