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들어와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것들이
제법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야채를 종류별로 심어
제철에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씨를 뿌리고,
뿌리를 심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고될 때도 있지만
적당한 수분과 영양을 제공받으며
아침저녁이 다르게 자라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는 것도
솔솔 한 재미다.
어떤 때는
우리 아이들에게 체험활동이라며
밭으로 데리고 내려가
물 주기와 풀 뽑기를 시켰고
잘 자라서 식탁에 오른 야채를 두고는
'너희들이 물 주고 풀을 뽑아줘서 이렇게 싱싱하게
잘 자라줘서 우리 가족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단다'라며
공헌감을 치켜세워주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은 들어있는
엄마의 속셈을 알아차린 후로는
더 이상 밭으로 가지 않았다.
처음 밭을 정리하고 심은 야채가
머위다.
이웃집 할머니가 준 몇 개의
뿌리를 밭 언덕에 심었더니
어느 순간
머위 천지가 되어버렸다.
어린 머위순은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나는데
젓갈을 넣어
머윗잎쌈, 머위 김치와
머위 된장무침, 머위장아찌를 만들어
일 년 내내 먹었다.
초여름이 되면
머위 줄기가 튼실하게 굵어지면
머윗대 장아찌를 만들어
김밥 쌀 때도 넣고
밥반찬으로도 아삭하고 맛있다.
감나무 아래에서 자란
어린 순을 따서
끓는 물에 소금 한 스푼을 넣고
한 번 굴린다는 느낌으로 데쳐내어
찬물에 깨끗이 씻는다.
씻은 후
한 잎씩 정리한 후 물기를 제거하는
이 과정이 참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맛있게 먹을 생각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접시에 머위와 양념을 올려
각자 쌈을 싸 먹어도 맛있지만
잎의 크기가 작으니
나 혼자만 수고하면 되는
머위김치를 담을 수 밖에다.
양념은
멸치젓갈, 생강, 쪽파, 고춧가루, 양파청,
매실청, 통깨, 산초가루(제피가루),
청양고추를 입맛에 맞게 만들어
두 잎마다 양념을 바르면 된다.
김장김치 양념을 넉넉하게
해 두었다가
양념에 멸치젓갈, 산초가루, 쪽파, 청양고추를
다져 넣으면 일손은 줄이고
깊은 맛을 내는 머위김치를 담글 수 있다.
금방 만든 머위김치를
뜨끈한 밥 위에 올려 먹으면
참 맛있다.
특히
맛있게 먹고 있는 딸에게
"넌 어쩜 이런 음식을 잘 먹어?" 물으면
"엄마가 어릴 때부터 먹였잖아. 오래오래 만들어 줘야 해" 한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먹은 음식이라
이맘때가 되면 그립고
찾아서 해 먹는
절기 음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