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TV에서 ‘알쓸별잡’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평소에도 즐겨보던 ‘알쓸신잡’, ‘알쓸인잡’, ‘알쓸범잡’에 이어진 새로운 ‘알쓸’ 시리즈라서 매번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원래도 사소하고도 소소한 지식을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들을 좋아하기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알쓸’ 시리즈는 정말이지 취향저격이다.
이번 ‘알쓸별잡’에서는 9/11 테러와 관련한 건축물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말이지 너무 인상 깊었던 내용이라 이렇게 끄적끄적 글을 써본다.
9/11 테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21세기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로 손꼽히는 테러이다. 이때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쌍둥이빌딩이 있던 그 자리에 9/11 메모리얼 파크를 만들었다.
이 메모리얼 파크는 뉴욕의 높은 빌딩들 사이에 하나의 스카이라인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위에서 보면, 갑자기 푹 꺼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양한 모양으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여러 건물들 사이에서, 9/11 메모리얼 파크는 아래로 푹 꺼져 있는 검은색 네모 두 개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 검은색 네모에는 폭포처럼 물이 아래로 흐르는데, 이것에 의미는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비어있음과 공허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희생자들이 떠난 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채울 수 없는 ‘비어있음’을 건축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9/11 메모리얼 파크의 구조는 결국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려면 그 건축물 난간으로 가야 하는데, 이 난간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가득 적혀있다. 세심하다고 느꼈던 것은, 희생자들이 생전에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끼리 한 그룹으로 묶어서 작성했다는 점이었다.
이름으로라도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영원히 남기를, 9/11 메모리얼 파크를 찾는 사람들의 작은 손길들이 그 난간을 어루만지는 것이 희생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마음도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래 보았다.
‘알쓸별잡’ 중 한 명의 잡학박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뉴욕은 기억하는 도시”라고. 9/11 메모리얼 파크도, 센트럴파크 벤치 곳곳에 새겨진 이름들도, 브루클린 브릿지의 완공판도, 심지어는 이전 기차역사의 흔적들도. 뉴욕은 잊혀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과거의 흔적들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도시라고. 현재의 삶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만들기까지 지나온 여정들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도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