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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Nov 13. 2023

삿포로 여행기 11/2 ~ 11/5

2023.11.03 DAY2

오늘은 일본 삿포로 여행일중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하루였다. 그래서인지 휴식을 취하러 온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부터 알람이 울렸다. 어제 밤늦게, 오늘 일정을 변경한 이유 때문이었다. 원래는 10시 즈음 느지막이 삿포로에서 오타루라는 지역으로 이동을 하고, 12시에 오타루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에 하루가 시작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을 황금같이 여기는 여행자들에게 이는 사치였다. 아침 일찍부터 오타루로 넘어가서 구경을 다 한 후, 점심을 먹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하여 부지런한 두 여행자는 아침부터 일어나 삿포로 기차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삿포로 기차역으로 가는 길은 구글맵에서 알려준 15분보다 딱 2배가 더 걸렸다. 누가 알려주기나 했던가, 11월이 삿포로에서는 단풍시즌이라고. 삿포로를 눈의 도시로만 알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펼쳐진 거리는 단풍으로 가득 채운 장관이었다. 여기저기서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30분을 훌쩍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할 건 없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일찍이 숙소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1일 차 여행 때 경험했던 것처럼, 삿포로역에서는 또 현금을 사용해서 오타루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이후에는 기차역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유부초밥과 김밥이 들어있는 작은 도시락을 샀다. 기차 안에서 까먹는 일본 도시락 맛을 느끼기 위하여, 낭만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실제로는 기차 안에서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몰라, 기차에서 먹지 못하고 오타루역에 내려서야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다. 이럴 거면 삿포로가 아니라 오타루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 먹을 걸 하고 둘은 웃었다. 오타루에 도착하니 10시 정도가 되었다. 오르골당을 비롯하여 유리공방, 르타오 초콜릿상점 등 오타루 메인 거리에 펼쳐진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렀다. 마지막으로 오타루에 유명한 운하를 구경하고 나니, 딱 12시가 되어 우리는 미리 예약한 초밥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초밥집은 예약을 해야지만 갈 수 있는 아주 유명한 곳이었어서, 일찍이 한국에서부터 예약을 했었다. 그것을 증명하다시피, 우리 이후에 온 팀에게는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예약 손님을 받을 수 있다’라고 안내하는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밥집에서 가장 비싼 ‘오마카세 세트’를 시켰는데, 한국의 오마카세와는 다르게 한 피스씩 초밥을 주기보다는, 각자 한판에 초밥 13피스가 모두 한꺼번에 제공됐다. 나는 한국에서는 우니나 연어알 군함말이를 먹지 못하는데, 일본에서는 혹여나 먹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오마카세를 주문했다. 일본에서의 초밥은 한국보다는 신선해서 우니나 연어알 군함말이를 먹을 수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는 ‘이미 먹어본 맛’,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괜한 기대를 했나, 하면서도 친절한 주방장님의 미소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던 식사였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는 다시 기차를 타고 ‘요이치’라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요이치에 있는 ‘니카 위스키 양조장’을 가기 위해서였다. 요이치는 삿포로보다 시골인 오타루보다 더 작은 도시였다. 작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이라고는 위스키 양조장에 다니는 사람과 위스키 양조장 견학을 온 관광객들 뿐이었다. 니카 위스키는 일본에서 산토리 위스키와 두 양대산맥을 차지하고 있다. 니카 위스키는 처음에 산토리 회사에서 함께 하던 주요 인사가 독립하여 차린 회사라고 한다. 다만, 처음부터 위스키회사를 차릴 수 없어, 과일주스 회사를 설립했다고 하며, 이로 인해서 ‘니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일본 위스키는 세계 5대 위스키 안에 들 만큼 유명하고, 그중 니카와 산토리가 있으니, 그 위상은 알만하다. ‘니카 위스키 양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3시가 되어있었고, 관광객들이 한 층 빠진 이후였다. 그래서였을까, 니카 위스키 양조장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위스키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에 우리는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인당 종류별로 1병만 구매할 수 있어, 그나마 마지막으로 남은 싱글몰트 위스키를 하나씩 구매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요이치에서 삿포로로 돌아오는 길에는 갑자기 맑은 하늘에 비가 내렸다. 우천 상황은 예측하지 못해 우산도 챙기지 못했는데, 삿포로가 지하도시라서 참 다행이었다. 삿포로는 눈이 많이 오고 겨울에 굉장히 추운 도시기에, 도시의 주요 길들은 아래 지하도로 연결이 되어 있다. 우리는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삿포로에 돌아와서도 바로 숙소로 향하지 않고, 메가 돈키호테와 꼼데가르송에 들러 쇼핑을 조금 더 했다. 그렇게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허기가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칼바람을 뚫고 예약을 해둔 칭기즈칸, 양고기 화로구이 집에 갔다. 칭기즈칸은 삿포로에 가기 전부터 여행 선배들이 극찬을 하며 추천을 하던 곳이라, 기대가 되었다. 평소에도 양고기를 자주 먹는 편인데, (회사 근처에 정말 유명한 양고기집이 있어, 회식 장소로 종종 간다) 그보다 더 맛이 있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그 기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은 삿포로의 추위였을 것이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 미리 예약까지 해두었지만, 이미 쇼핑으로 피곤해진 몸을 끌고 15분간 칼바람과 맞서면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힘겹게 칭기즈칸 집에 도착했더니, 앞서 점심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예약을 하고 오지 않은 팀에게 10시에 와라라는 종업원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칭기즈칸집은 모두 다찌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우리는 맥주, 생양고기와 소금구이를 주문했다. 영어 메뉴판은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파파고가 있었다.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 각자 1인분씩만 주문했는데, 역시 일본은 일본이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양이 적었고, 한국의 1인분이 여기서는 2인분인 듯했다. 물론 가격은 그만큼 쌌지만, 충격적이기는 했다. 모든 손님들 앞에는 각자 화로구이가 있었고, 자유롭게 구워 먹는 방식이었다. 다른 고기들보다 양고기는 굽는 게 어렵지 않아, 태우지 않고 잘 먹을 수 있었다. 2인분을 감탄하면서 먹고, 밥과 숙주나물도 추가해서 먹었다. 그리고 물론, 양고기도 한번 더 2인분씩 추가해서 먹었다. 이번 일본여행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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