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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May 17. 2024

음식에 담긴 추억

오늘은 음식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지금은 늘어지는 금요일 오전, 일찌감치 업무를 마치고 평화롭게 한 주를 마무리하는 직장인들 속에서 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창 밖은 햇살이 내리쬐고, 이내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은 찬기가 남아있다. 이럴 때 음식 이야기라니, 얼마나 풍족한가. 더군다나 점심시간 직전에 쓰는 음식 글이라, 나의 식욕을 더욱 돋울 것만 같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을 최고의 여행지로 꼽으면서 여러 이유를 댄다. 그중 하나는 단연코 음식일 것이다. 한국인들의 입맛과 매우 유사한 베트남 음식은, 여행을 가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도 않으며 어르신들도 같이 즐길 수 있다. 나는 베트남 음식을 평소에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오리지널’과 ‘한국인 맞춤형’으로 바뀐 쌀국수 맛은 구별할 줄 안다.


‘베트남 음식’이라고 하면 흔히 쌀국수, 반미 샌드위치 등을 떠올리지만, 이런 음식들은 나의 유년시절 추억이 담긴 음식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학교 식당에서 팔던 망고 두 개가 통째로 들어간 망고스무디나 밤마다 부모님과 조잘대면서 먹던 용과와 망고스틴, 또 친구들과 카페를 가면 늘 주문했던 연유커피와 팍팍한 바게트 빵이 떠오른다.


우리 학교 식당은 한국의 급식실과는 사뭇 달랐다. 나름의 배식 시스템이 있긴 하나, 메뉴는 매일 2가지 정도로 바뀌었고, 서양식과 동양식으로 크게 나뉘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먹고 싶지 않은 밑반찬들은 따로 빼서 먹을 수 있었고, 그렇게 선택한 요리들에 각자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예를 들어, 서양식 세트의 구성이 파스타, 스테이크, 매쉬드 포테이토, 콩요리, 그리고 음료라고 할 때, 나는 그중에서 파스타와 스테이크, 음료만 선택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차등으로 비용을 냈다.


우리 학교는 이런 대표적인 메뉴 이외에도 요일별로 파는 파스타 종류가 달랐고, 피자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샌드위치나 빵은 늘 쌓여있었다. 후식으로는 여러 종류의 아이스크림, 과일 스무디, 그리고 디저트 빵류가 있었는데, 나는 늘 초코브라우니와 망고 스무디를 주문했었다. 당시 한류가 조금은 유명세를 타던 시절이라, 아이스크림은 뽕따와 붕어사만코가 큰 유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 중에서도 망고 스무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망고 두 개와 간얼음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들어가지 않는다. 주문을 하자마자 망고를 갈아주는데, 정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달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베트남은 참 단 맛을 사랑하고, 그만큼 단맛을 잘 내는 나라인 듯하다.


최근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베트남식 연유커피만 봐도 그러하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 연유커피를 먹어보지 않았지만, 베트남에서는 늘 연유커피나 코코넛커피를 주문했었다. 베트남의 연유는 한국의 연유보다 더 끈적거리고, 더 달다. 그렇기에 연유가 카푸치노의 크림처럼 살짝만 올라가도 그 단맛이 극대화된다.


집에서는 저녁이 되면 늘 가족이 다 같이 TV를 보면서 열대과일을 먹었다. 나는 이때의 기억으로, 아직까지도 단 한 번도 말린 망고나 말린 과일을 먹지 않는다. 신선한 과일이 있는데 굳이 왜?라고 하면서 말이다.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망고나 파파야, 리치, 용과 이외에도 나는 망고스틴을 가장 좋아했다. 어머니의 선택은 비록 두리안이었지만 말이다.


가난한 나라라고 하기에는 먹을 것이 풍요로웠다. 길가에서 사 먹던 불량식품도, 시장에서 바로 손질해 주던 햇빛을 받아 눅눅해진 파인애플도, 모두 추억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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