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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Oct 18. 2023

종교는 없으나 기도하는 하루

어릴 적에는 절에 자주 다녔다. 할머니가 계셔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불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휴양지처럼 절에 가서 자고 먹고 놀고 그랬다. 아침에 절에 올라오는 불자들은 나와 동생을 동자승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기독교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한 집 건너 교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독교는 종교를 넘어 비즈니스처럼 돼버린 한국이다. 가톨릭이야 본청을 기준으로 동네에 하나씩 구교를 만들어 신자들의 종교 생활을 보장하지만 교회는 좀 다르다. 종파도 엄청 많고, 맘에 들지 않으면 새로운 종파를 만들어 또 새로운 기독교의 씨를 세상에 뿌린다. 각개전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튼 나는 이것을 개신교의 혁신성이라고 본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뭔가 새로운 도전이 있다고나 할까.


개신교 신앙생활도 꽤 했다. 대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미국에 잠시 있을 때도 교회에 열심히였다. 다양한 종파에 대해 공부를 하기까지 했으니까. 회사를 다니면서 사무실 바로 옆에 있던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김수근 건축가의 역작이며 여느 교회와 달리 차분함이 있었다. 성당 같다고 해야 할까. 아무리 나가도 등록하라는 요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스스로 했다. 


그 교회에서 집사까지 지냈다. 뭐 아는 것도 없었는데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라며 집사를 시켜주더라. 결혼까지 거기서 하게 되었다. 몇 년을 더 다니다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이성적인 나로 돌아오면서 종교는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력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신이라는 존재는 인정하지만 사람마다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섬기는 방법이 다르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


데일 카네기의 책을 보다가 기도의 힘이라는 섹션을 보게 되었다. 기도로 시작하는 마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했다. 종교 생활을 하게 되면 기도하는 마음이 생긴다. 의지하기도 하고 필요 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제일 좋은 것은 나를 나 그대로 인정하고 만물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바라보는 것. 이것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어머니가 주신 기도문을 프린트해다가 냉장고에 붙여 두었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읽는다. 기도도 아닌 책 읽기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말이다.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용서가 되기도 했다. 감사가 되기도 해서 좋더라.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도하는 하루를 살아보기로 했다. 오늘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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