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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Oct 31. 2023

나는 왜 낯가림이 심할까

나는 부끄러움이 많았다. 지금 마흔의 중반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주 어릴 때부터였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편하게 느끼는 순간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을 사이에 있을 때,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이 있을 때는 괜찮다. 그런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패닉까지는 분명 아닌데, 그 모임 안에서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대학교 신입생 MT를 그렇게 손꼽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난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갈피를 전혀 못 잡았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들은 지금까지 나의 절친이 되었고, 오랜 인연은 관계를 더 편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낯선 그룹에서는 옆사람부터 한 명씩 인사하고 조금씩 범위를 넓혀야 하는데 그런 사교 스킬을 습득하지 못했다. 친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을 두고 상대에게 관심을 두어야 하는 과정인데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 것도 문제다.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 인물에 대해서는 깊이 파고들지만 그것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별로 적극성이란 없다. 관심 대상이 아님이 확인되면 더욱더 소통이 줄어든다. 나란 참 알다 가고 알 수 없는 존재.



매사에 적극성과 진취성과 추진력이 남다르지만, 그것은 오직 핀트가 완벽히 맞았을 때 이야기다. 핀트가 맞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아예 도전하지 않고 양보하거나 포기한다. 핀트가 맞았다면, 나도 놀랄 만큼의 초인적 힘이 발휘된다. 돌아보면 이걸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가림을 극복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 잘 못해서 그렇지 포기하지는 않는다. 한 번은 등산 모임에 과감히 신청해 놓고 그 모임 그룹에 3초 머무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낯선 다수의 인간은 늘 나에게 막연한 공포감을 준다.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고 도전해도 잘 되지 않는다. 100번 포기하면 언젠가는 고쳐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도전할 뿐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자아성찰 하지만 답이 쉽게 찾아지지는 않는다. 그 원인을 찾지 못해도 할 수 없겠지만, 알게 된다면 남은 삶에 조금의 도움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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