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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 중년심리 Aug 10. 2024

실패한 삶은 없다. 누구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

내 삶도 잘 살아온 삶이다, 인생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며칠 전 홍천초등학교 6학년5반 반창을 만나러 춘천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고향이 홍천이지만, 가까운 도시인 춘천으로 대부분 이사와서 사는 친구가 많다. 춘천으로 가는 기차를 타니, 춘천에서 보낸 고교 시절이 생각나서 추억에 잠겼다. 그 당시에는 고등학교에 입학시험이 있었다. 내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지방 명문고여서 홍천군에서 상위권 10명 정도만 입학할 수 있었다. 춘천으로 진학했지만, 강원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이라 고1때 첫시험은 하위권이었다. 부모님의 기대가 컸는데, 꼴찌를 하고 보니 상심이 크셨다.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으로 기를 쓰고 열심히 공부해서 겨우 상위권에 들어갔다. 문제는 보통반에서 공부를 잘 하다가 고3 때 보통반에서 특수반으로 옮긴 것이었다. 전교 1등부터 60등이 포진한 특수반에서 나의 성적은 항상 하위권이었다. 너무 참담했다.


특수반 친구들은 우수한 학생들이라 대부분 서울대를 입학했고, 나머지 친구들도 의대에 들어가거나 지방대로 진학한 친구들도 단과대 수석이나 과 수석을 했다.


고3 때 특수반에서 열등감에 시달렸는데, 대학 시절에도 서울대에 입학한 친구들에 대한 비교의식으로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기차 안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면서 그때 가졌던 참담했던 열등감이 올라왔다.



 춘천에 가서 초등학교 반창을 만났다. 네 명이 모였는데 고등학교만 나온 친구가 둘이고, 나를 포함해 대학을 나온 친구가 둘이다. A는 홍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으며 지금도 고향에서 노래방을 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래서 넷이 모인 자리에서 주로 돈을 내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 비해서 경제력도 부족하고 사회적인 지위도 부족하지만, 그 친구는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부심도 대단하다.


B는 여자 친구인데, 춘천에서 대학을 나오고 동갑과 결혼을 해서 지금은 춘천 변두리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어머님이 텃밭 가꾸기를 좋아하셔서 어머님과 함께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만날 때마다 긍정적이고, 행복해 보인다. 전원주택 주변 사람들과 아주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밝고 명랑하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서로 안부를 묻다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자기가 살아온 삶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데 한 친구가 우리들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


나이가 들면 옳고 그름이 없어. 서로 생각이 다른 것뿐이야. 

서로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이 다르고, 그래서 서로 옳고 그르다고 싸우는 거지. 절대적으로 옳은 게 어딨어.


 그리고 나이가 들면 잘 산 삶도 없고, 못 산 삶도 없어. 그냥 각각 다른 삶을 산 것뿐이야. 그래서 자기 삶에 대해서 자기가 스스로 평가하는 대로 평가받는 거야. 

내 삶이 잘 살았다고 생각하면 잘 산 것이고, 실패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면 실패한 삶을 산 거야.



과거에는 명문고와 명문대학을 나와야 효자 아들이고, 대기업에 들어가야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기업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며 임원까지 올라가야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그렇게 기대하셨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평가했다.

 그런데 이제 중년이 되었다. 진짜 그럴까? 명문고와 명문대학교를 나오고, 대기업 임원이 되어야 잘 살아온  삶일까?


어제는 과거 직장에서 같이 근무한 기획부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기획부는 엘리트들만 모여 있는 부서여서, 대부분 명문대를 나왔고 핵심 보직을 거쳐서 나중에 임원까지 한 동료들이 많다. 5명이 모여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처음에는 건강 이야기를 하다가, 술이 몇잔 들어가니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데 결국 직장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다. 열심히 직장을 위해 충성을 다했지만, 제대로 대우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다.


서울 생활이 빡빡하기 돌아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제적인 능력은 있어도, 여유 있게 살지는 못한다. 그래서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있고, 특히 과거 직장에서 제대로 나를 대우해 주지 않았다며 불만이 많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서울에서 있는 직장 동료들은 경제적으로 시골 친구들에 비해 여유는 있지만, 빡빡한 도시 생활 속에서 마음의 여유도 없고 취미 생활도 제한적이어서 무료하고 맥 빠지는 삶을 살고 있다.


 시골의 고향 친구들은 서울의 직장 동료들보다 학력도 낮고 경제력도 훨씬 떨어진다. 대부분 자영업을 많이 하는데, 노래방이나 떡집을 하기도 하고 트럭이나 버스 운전기사를 하는 친구있다. 그러나 시골 주택 주변 텃밭을 가꾸고, 특히 고향 친구끼리 자주 만나서 재미있게 살고 있다. 


 서울과 고향 친구 두 그룹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특히 유교적인 영향을 받아서 흑백 논리가 강하고 출세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에서 팽배한 사고방식일지는 모르지만, 개인의 인생에서도 어떨까?


그러나 누가 감히 타인의 일생을 평가할 수 있을까?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것이다. 옳고 그름이 없고, 높낮이도 없다. 자기의 인생은 자신이 스스로 평가하기 나름이다.

내 삶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면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것이다.


요즘 잠자기 전에 나와 대화를 한다. 

“주환아,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오늘도 평온하게 잘 살았다. 나는 오늘 행복하다.

그리고 너는 정말 대단해. 너만의 특별한 삶을 잘 살았어. 너는 진짜 대단해.”


잠들기 전에 나와 대화하고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에 푹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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