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삼례의 유성식당
낯선 지역에 가서 순대국밥 한 그릇 할라치면 대충 검색은 해보고 나서 입장해야 한다. 순대국밥이 다 같은 순대국밥이 아닌 까닭이다. 동네마다 집집마다 천양지차다.
어떤 집은 순대국밥을 주문하면 내장국밥을 내놓는다. 다 알다시피 순대가 소시지 모양의 순대를 가리키지만, 내장이라는 뜻도 가진 탓이다. 다른 집은 피순대와 돼지 부속을 섞어 말아내 온다. 전라도에 가면 막창 순대를 넣고 비교적 맑은 국물로 국밥을 내오는 집도 있다. 최악은 당면 순대로 가득 채운 싸구려 순대국밥이다.
순대가 들어가는 경우에도, 순대가 또한 동네마다 다르다. 함경도에서 내려온 북쪽 지방의 순대 소에는 야채 비중이 높다. 아바이 순대가 그러하고, 용인의 백암순대나 천안의 병천순대도 고기보다 야채다. 남쪽 지방으로 올 수록 순대 소에 고기 비중이 높아지는데, 전라도와 서부 경남에서는 피순대를 삶아 국밥에 넣어준다. 1970년대 들어 비싼 야채와 고기를 선지와 버무려 만든 고급 순대가 차츰 보급되기 전까지, 남도에서 순대의 대세는 선지만 넣은 오리지널 피순대였다.
삼례의 유성식당 순대국밥은 내장국밥이다. 소창 위주이되 피순대, 비싼 오소리감투도 간간이 들어있다. 여의도의 화목순댓국집도 못 가본 주제에 어찌 대한민국 순대국밥을 논하겠냐마는, 그냥 최고다.
내가 사는 부산은 생선 다루는 솜씨가 마산이나 목포에 밀리는 듯하고, 육고기 만지는 재주는 서울이나 대구에 미치지 못하니 늘 불만이다. 제대로 된 순대국밥집 하나 없는 부산에서 늘 투덜거리며 산다.
토요일 오전 일을 마치면 고속버스 타고 삼례로 튀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나의 인생 순대국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