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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Apr 11. 2024

교포 교사가 버려야 할 것

여섯. 자존심

 가끔은 상상해 봅니다. 나보다 어린 후배가 또는 친구가 관리자가 되어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하고 말이지요. 나이가 적더라도 관리자이면 그만큼의 예우는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도 처음은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괜스레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자격지심이 고개들 것 같습니다. 못난 마음이 분명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요즘 SNS를 보면 정말 다양한 재능을 가진 교사가 많습니다. 연예인 못지않게 춤을 잘 추는 선생님도 계시고 프린트기에서 뽑아낸 것 같은 필체로 글씨를 멋지게 잘 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더더군다나 요즘 젊은 선생님의 에듀테크 기술은 감히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그들의 그런 노력과 발전의 산물을 공유해 주시면 너무나 감사하게 받아서 수업에 잘 활용하게 됩니다. 내가 못 하는 부분이고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기에 감히 흉내 낼 생각도 못 해 봅니다. 그렇게 열심히 받아 쓰다 보니 처음 생각으로 돌아와 다시 고민을 해 봅니다. 이들이 나눠주는 자료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쓰면서 왜 관리자로써 젊은 사람에게는 자존심을 내 세우는 걸까? 


 교포교사로 살아가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은 자존심입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버리고 자존감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정말 학생들과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몇 관리자들 외에 어떤 관리자가 아이들에게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말을 들어보겠습니까? 현장에 남아 있을 때, 아이들하고 함께 생활하고 하루하루 같이 보낼 때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의 단어가 아닐까요. 아무리 속 썩이고 힘들게 하는 아이도 돌아서며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서 잠이 안 왔어요!" 

하는 이 한마디에 마음이 사르르 녹습니다. 주말 저녁 내일 출근이네, 또 월요일이구나 월요병이 도지려고 할 때에도 선생님, 사랑해요 문자 한 통에 월요병은 치유가 됩니다. 


 아직도 내가 이 말을 들으며 살아갈 수 있구나 싶을 때, 비록 에듀테크가 부족해도, 판서를 예쁘게 못해도, 최신 노래에 맞춰 춤을 못 춰도 아이들 앞에서 즐겁게 수업할 수 있는 자존감이 쑥쑥 자라나니까요. 어설픈 자존심은 저 멀리 날려 보낼 수 있게 됩니다. 교포교사로 살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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