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삶의 철학을 그리다" 후기(at. 소마미술관)
오늘 날씨가 좀 흐렸지만,
소마미술관 나들이를 갔다.
드로잉 전을 한다고 했다.
나는 '드로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스케치북에 연필만 생각이 났다.
그래서 큰 기대가 없었다.
한성백제역에 내렸다.
승강장에서부터 미술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최근 지어진 역이라 그런지,
아주 깨끗하고 모던했다.
지하철 연결통로로는 소마미술관 2관으로
바로 연결됐다.
나는 1관에서 하는 전시가 보고 싶었다.
일단 1관으로 먼저 간다.
오늘은 마지막 주 수요일로
"문화가 있는 날"이다.
입장료는 1,2관 모두 없었다.
1관에 입장했다.
직원 2분이 먼저 인사해 주셨다.
같이 인사하고 사물함에 가방을 맡긴다.
예전에 뉴욕에 있는 미술관들에 놀러 갔을 때가 생각났다.
모두 무료로 짐을 보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런 문화가 정착하는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
전시는 총 5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졌다.
팸플릿을 집어든다.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다.
'의미 있는 남다른 인생을 산다는 것'은
꼭 보통 사람은 해낼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을
이룩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삶 속에서 자아를 실현하고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서
자기 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 알프레드 아들러"
역시, 아들러의 말은 어렵다.
'미움받을 용기'가 잘 이해
안 될 때 알아봤다.
그의 심리학 서적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어렵다.
일단 넘어간다.
일단, 1관부터 본다.
오늘의 전시 작품의 작가들 중 유일하게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등장했다.
'이배'작가다.
이배는 가장 순수한 재료는 오직 '숯'이고 생각한다.
대부분을 작품을 숯을 활용해서 만든다.
오늘은 "숯" 그 자체가 전시장 한 복판에 등장했다.
일단 사이즈에 압도당한다.
회화 작품으로는 2점이 걸려있었다.
정면에 있는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알파벳 M, W
를 연상케 하기로 한다.
내 눈에는 산으로 보이기도 했다.
나는 더 깊이 있게 생각했다.
재료를 들고 그리기 시작한 시작점, 시작과 끝.
태동, 생동감, 움직임, 역동성,
연결성, 영속성 등이 생각났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이 없는
느낌도 받았다.
영속성.
작가 이배가 표현하고자 한 바는 아닐까
생각했다.
그 옆에 붉은 아크릴 물감으로
세 획을 그은 작품이 걸려있다.
마치 대나무를 연상시킨다.
보통은 우에서 좌로 끝날 텐데
이 작품은 우상단에서 좌하단으로 끝난다.
생각의 반향, 역설, 모순, 반대
이런 단어라 떠올랐다.
시작은 기나 끝은 짧은
용두사미?
2전시관에는 '김명숙'작가
작품이 걸려있었다.
작품을 보러 가기도 전에 드는 느낌은
'공포감, 무서움'
이었다.
예술은 항상 아름다움만 추구하지 않는다.
어두움, 고통, 시련
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가끔 미술관에 와서 현실의
어두운 감정을 대면할 때
마음이 힘들다.
좋아하는 작가들을 그린 드로잉이 많았다.
모네, 고야,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등
미켈란젤로를 찾아보려 했는데
실패했다.
거꾸로 그려진 원숭이를 통해서
인간을 농락하는 장난치는 원숭이일까?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원숭이일까?
한참 고민했다.
작가는 아마도 절규하는 원숭이를 그린 듯하다.
3전시관은 유근태 작가 작품이 걸렸다.
색감은 전체적으로 밝았다.
질감표현이 매우 독특했다.
철실이나 가지들을 묶어서
거친 질감 표현을 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특이한 건 안쪽에 약 60점의 작품이 있었는데,
아버지와의 소통을 위해 만들 작품들이라고 했다.
코로나 시기에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와 소통하기 위해 매일 그림을 그리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간병인에게 보냈다고 했다.
내용은 대부분, 아버지 보고 싶어요.
잘 계시나요?
아버지 괜찮아요.
세상이 참 아름다워요 등이다.
아버지와의 사이가 매우 돈독하셨던 분 같다.
유근태 작가 작품은 대부분
일상 속의 소재를 가볍게 다루는 것 같다.
밝은 색으로.
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일상 속에 항상 있다는 거겠지.
4전시관에는 안규철 작가 작품이 있다.
사다리와 삽이 주 재료이다.
사다리를 상승, 미래
삽은 하강, 과거
를 의미한다.
굉장히 발상이 독특하다.
노동의 빛
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삽의 끝을 금색으로 나타내
빛을 표현했다.
삽=노동
금장=빛
황인기 작가의 작품이 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걸 좋아하는 작가라고 했다.
동양화를 레고로 한땀한땀 표현했다.
아주 자그마한 레고 조각들을
수도 없이 붙여서
동양의 산수화를 그려냈다.
멀리서 보고 '음... 멋있네' 했었다.
가까이에서 레고 조각조각들을 보고
"우와~ 대단하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비즈로 만든 작품도 있었다.
역시, 화가는 새로운 소재를 작품으로
끌어 들어올 때
'천재성, 신박함'
을 평가받는 것 같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처럼.
마지막 5전시관에는 강미선 작가가 있었다.
오늘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강미선 작가는 여성스러움을 가진 동시에
동양의 미를 잘 표현한 작가 같다.
오늘 전시 중 제일 인상 깊었고
소장하고 싶었던 작품은
'초가집'이다.
멀리서 보면 사각형과 점이나 찍어놓은 작품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초가지붕의 굴곡과
안방과, 주방, 그 사이의 마루
를 너무 잘 표현했다.
마치, 몬드리안의 선처럼.
우상단의 반점들은
기와집에 있는 기와의 느낌도 준다.
지붕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동양화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매우 멋진 작가님이다.
"강미선"
오늘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강미선 작가 인터뷰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초가집을 바라봤다.
두 개의 작품을 이어 놓은 터라,
반쪽씩 보기도 하고
한꺼번에 감상하기도 했다.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들었다.
우리 집 방 한쪽 벽에 두고
매일 멍하니 보면서
위로받고 싶었다.
소장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한다.
마지막에 체험존이 있었다.
철학과 예술이 이번 주제였다.
다양한 단어들을 스탬프로 만들어 놨다.
종이에 단어들을 꾹꾹 누르고
연결시켜서 문장을 만들었다.
"나의 '매일'을 '재발견'하는 '하루',
나도 지금은 '예술가'"
꽤 괜찮게 즉흥적으로 잘 만든 것 같다.
판단은 여러
분의 몫!
괜찮아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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