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부럽다)
비 오는 날의 연속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와 그의 짝인 듯한 여자가 같이 걸어간다. 남자가 참 잘생겼다. 여자 표정이 참 밝다. 여자가 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하나 보다.
처음에는 정면에서 남자의 미모, 여자의 표정만 봤다. 여자가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암튼 부럽네.
이번에는 걸어가는 커플의 뒷모습을 본다. 우산이 심하게 여자 쪽으로 기울어져있다. 아... 남자가 여자를 꽤 아끼는구나. 내 옛 남자친구들이 떠올랐다.
남자친구의 자기 한쪽 어깨가 다 젖었던 그때. 그가 나를 더 좋아하는 걸 알았던 그때. ‘왜 이렇게 바보같이 우산을 들고 있었을까?’ 생각했는데... 나를 많이 아껴줬었구나.
내 표정만 밝았던 그때. 내가 더 많이 좋아하나 보다. 이제 힘의 균형이 그에게 기울어졌구나. ‘헤어져야 할까?’ 생각하던 그때. 그가 나를 좋아했는데, 표현을 못 했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때 많이 어렸구나. 어리석었구나. 생각한다. 그때의 나를 그들이 많이 아껴줬는데, 내가 몰랐다. 내 위주로만 생각했나 보다.
또 새로운 사람이 생기면, 새로운 그때에는 더 잘 알아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