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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Nov 12. 2024

꼬마승무원만이 겪는 특별한 비행 일기

EP.비행일기

간혹 꼬마승무원으로서 겪는 특별한 일이 없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질문에 힘 입어, 오늘은 키가 큰 승무원들은 겪지 못할, 꼬마승무원으로서 겪는 아주 특별하고 아기자기한 웃픈(?) 비행 일상에 대해서 들려주려고 한다. 참고로 나는 회사에서도 아담한 승무원에 속한다. :)

 회사 브리핑룸에 출근해서 비행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공유받고 공항 게이트로 떠나는 길. 키가 큰 크루들은 2걸음으로 갈 거리를 꼬마승무원인 나는 그들의 걸음에 맞게 4걸음은 빨리 종종 걸음으로 따라간다. 그렇게 아침부터 땀나게 열심히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으면서 게이트로 간 뒤, 지상 직원분들이 비행기 안에 들어가서 준비해도 된다는 사인을 해주면, 열심히 그라운드 듀티를 시작한다. 

 열심히 케이터링 팀원들과 클리너팀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열심히 안전관련 체크를 하고 보고를 한다. 그런 뒤, 내가 맡게 된 듀티에 맞게 일을 발빠르게 시작한다. 남들은 긴 팔과 다리로 2배의 힘을 들여서 비행기 복도를 왔다갔다 할 동안, 꼬마승무원은 4배의 힘을 들여서 복도를 왔다갔다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 아직 승객이 타지도 않은, 본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꼬마승무원의 겨드랑이에는 땀이 찬다.

 승객들이 점점 비행기 안으로 들어온다. 겨드랑이에 찬 땀과 힘듦은 무색하게 방긋 웃으면서 꼬마승무원은 보딩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서 승객들의 짐을 하나하나 오버헤드빈에 넣는 것을 도와드린다. 키가 작아서 팔도 짧은 꼬마승무원은 조용히 낑낑거리면서 열심히 팔을 뻗어서 짐들이 안에 잘 들어가게끔, 그리고 다른 승객들의 짐을 위한 여유공간을 위해 이리저리 열심히 일한다. 팔이 짧아 힘들면, 좌석 밑에 있는 철로 된 크루계단을 승객들 몰래 슬쩍 보고 밟고 올라가서 더 수월하게 일한다. 그렇게 꼬마승무원은 혼자 조용히 현타를 느끼면서 낑낑댄다. 

 그렇게 열심히 짐 정리를 하고 오버헤드빈의 문을 닫는데, 갑자기 한 승객이 안에 넣은 가방을 다시 꺼내달랜다. 겉으로는 알겠다면서 속으로는 이쒸 뭐야 하면서 다시 문을 연다. 그러고 승객은 가방을 꺼내달랜다. 다시 꼬마승무원은 꽉 끼는 유니폼의 팔을 조용히 걷어부치고, 다시 크루계단을 조용히 밟고 낑낑대면서 가방을 꺼낸다. 그러고는 조용히 자리를 옮겨서 다른 승객들의 짐 정리를 도와준다.   

 얼추 승객들이 다 앉은 것 같다. 이제 열심히 팔을 뻗어서 오버헤드빈의 문을 닫는다. 엇.... 세상에. 이 좌석의 존은 오버헤드빈이 하필 너무 높다. 몇몇의 비행기 기종들의 존들은 다른 곳보다는 오버헤드빈이 좀 높다. 해서 키가 큰 크루들도 힘들어하기도하는데 하필 또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니. 어쩔 수 없다. 나는 프로페셔널한 승무원! 승객들에게 웃으면서 '죄송합니다, 잠시만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라고 양해를 구하면서 승객의 자리 공간을 잠깐 침범해서 열심히 짧은 팔을 뻗어서 문을 닫는다. 휴우!! 다행이다. 여기엔 짐이 많지는 않아서 수월하게 승객의 자리를 침범해서 내 힘으로 닫았다. 옆으로 이동해야지. 

 옆으로 이동하고 마찬가지로 승객 자리를 침범해서 닫으려고 하는 꼬마승무원. 앗, 근데 너무나도 무겁다. 키가 작아 팔 뻗는 데에도 남들보다 2배의 힘은 더 들여야하는 꼬마승무원에게 짐이 꽉 차 거의 40KG이상이 된 오버헤드빈을 혼자서 낑낑거리고 닫는 데 힘이 너무 부친다. 더군다나 유니폼이 껴서 겨드랑이에 살이 쓸려서 너무 쓰라리고 아프다. 조용히 꼬마승무원은 남자 승객에게 웃으면서 부탁한다. 

 "저기...제가 팔이 너무 짧고 무거워서 그런데 같이 도와주실래요?"

그러자 건장한 남성 승객이 당연하다면서 일어나서 도와준다. 무거워서 꼼짝도 안하던 오버헤드빈이 아주 잘 닫힌다. 머쓱하게 웃으면서 감사합니당! 이라고 크게 말하는 꼬마승무원을 보고, 도와주신 남자승객은 은은한 미소를 지어준다. 중요한 건, 그 남자승객뿐만 아니라 낑낑대는 온갖 모습을 다 보여주면서 본인 키가 작고 팔이 짧다고 본인 디스를 해버린 꼬마승무원을 보고 귀엽다는 듯이 미소지어주는 주변의 승객들이다. 하하..머쓱한 꼬마승무원이다. 저번에는 낑낑대다가 모르고 대머리 남자 승객의 머리를 팔꿈치로 쳐버려서 엄청나게 죄송하다면서 사과했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그러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면서 헤헿 웃는 꼬마승무원이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이륙을 한 뒤 꼬마승무원은 다른 승무원들과 한 팀이 되어서 열심히 일한다. 그렇게 몇 시간의 서비스와 비행이 끝나고, 그렇게 꼬마승무원의 비행 일과는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된다. 

 꼬마승무원이 겪는 특별한 비행일기. 키가 작아서 힘든 점이 뭐냐고한다면 나는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승객들의 짐을 오버헤드빈에 올릴 때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래도 키가 작으니 팔이 좀 짧아서 낑낑대는 순간이 남들보다 많다. 하지만, 그럴 땐 승객들을 이용(?)하면 되니깐 괜찮다. 도움을 요청하면 되니깐. 그리고 오히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더 고생하고 애쓴다면서 더 도와주시고 승객들이랑 라포를 쌓는 순간도 생긴다. 참... 좋기도하고 씁쓸하기도하고 그렇다. 어쩌면 승객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되는 것이 꼬마승무원으로서의 장점 아닌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남들보다는 아담하지만, 남들보다 2배로 더 열심히 일해야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키가 작아서 다른 승무원들이 겪는 경험보다 더 특별한 것들을 쌓아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꼬마승무원들만의 특별한 비행하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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